‘혐중’ ‘혐한’ 모두 상대에 대한 오독이다 [책&생각]

최재봉 2023. 6. 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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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해력' 정도로 옮길 수 있을 책 제목에는, 한국인들이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지은이 김유익은 14년간의 다국적 컨설팅 기업 근무 경험을 지닌 이인데, 지금은 중국인 아내와 결혼해 중국 광저우 근교 마을에 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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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혐중은 상대에 대한 오독
중국 거주 필자의 경험적 중국론
제대군인노조 회원들이 6월14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얼마 전 외교적 논란을 낳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차이나 리터러시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8000원

‘중국 문해력’ 정도로 옮길 수 있을 책 제목에는, 한국인들이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지은이 김유익은 14년간의 다국적 컨설팅 기업 근무 경험을 지닌 이인데, 지금은 중국인 아내와 결혼해 중국 광저우 근교 마을에 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책 본문에서 표현한 대로 ‘트랜스내셔널’한 지은이의 경험과 처지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두 나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입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김유익의 광저우 책갈피’가 책의 토대가 되었다. 중화권 도서의 서평 형식을 빌려 중국 사회와 문화를 설명하고,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데에 특히 공력을 들인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세대, 중국의 농촌과 도시, 홍콩과 타이완, 한류와 한한령, 중국의 에스에프 소설과 오티티(OTT) 영상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화의 세계관 등을 활발히 오가며 자유롭고 유연한 글쓰기로 논지를 펼친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생활인들의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다는 점에서 학자나 언론인의 저술과는 다른 구체성과 직접성이 두드러진다.

‘혐중’(중국 혐오)이라는 말에 축약된 부정적 태도를 지은이는 대표적인 오독 사례로 든다. 혐중의 거울 이미지로 ‘혐한’(한국 혐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체인즉 매우 과장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국 내의 혐한 분위기는 청년 인터넷 애국주의자들을 가리키는 ‘소분홍’(小粉紅)이 주도한다. 그러나 이들의 혐한 캠페인을 중국 사회의 다수 여론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게 지은이의 조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이런 문제들(=동북공정, 한복 및 김치 논쟁 등)은 관심 밖 사안이다.”

지은이는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한국 쪽의 혐오 분위기를 크게 둘로 나눈다. 중장년 세대는 ‘명예 백인’의 입장에서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내려다보며, 젊은 세대는 “한국의 미래 밥그릇을 강탈해 갈 잠재적 적국에 대한 공포감”을 반중 감정으로 표출한다. 그리고 두 부류의 혐중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한·중의 역사적 관계에서 비롯된 르상티망(원한)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의 반중 정책 이후 두 나라 관계와 양국 시민들의 감정은 한층 악화되었다. 지은이는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관점과 중국과의 관계 맺기 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국을 경쟁국으로 여기기보다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간주하고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등 서방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나서서 반중을 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중비미’(非中非美)를 해야 하는 아세안 등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제안이다. 이런 국가 차원의 대응책과 함께, 민간 차원에서는 중국의 ‘지역’과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중국에 와서 활동하는 것”을 구체적 방법론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때로 논쟁적인 대목들도 없지 않지만, 한·중 두 나라와 양국 국민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은이의 경험적·실천적 제안에는 귀를 기울여 봄 직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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