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 이룬 책방지기의 꿈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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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책과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날 우리 동네에도 이런 책방이 생기기를 바라며, 언젠가 나의 미래 중 한 부분이 책방지기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도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의 '책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꿈과 힘을 합쳤다.
책방을 여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2022년 11월16일, 19살 때 책방 '모랭이숲'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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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책과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 이야기하는 문장이고, 나의 평생 꿈이기도 하다. 15살, 부모님이 독립서점에 데려다주셨다. 그동안 도서관과 대형 서점만 다니던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순간이었다. 책방지기의 취향대로 꾸며진 책방이라니, 이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고 매력적인 공간이 있을 수 있을까. 그날 우리 동네에도 이런 책방이 생기기를 바라며, 언젠가 나의 미래 중 한 부분이 책방지기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도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의 ‘책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꿈과 힘을 합쳤다. 책방을 여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2022년 11월16일, 19살 때 책방 ‘모랭이숲’을 열었다. 모랭이숲의 ‘모랭이’는 ‘모퉁이’의 충청도 방언이다. 책방이 자리한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책방을 꾸리다보니 이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인 ‘숲’처럼 느껴졌다. 둘을 합쳐 모랭이숲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추가로, <빨강머리 앤>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 당시 책방을 준비하며, 당장 내일조차 전혀 예상되지 않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럼에도 앤의 말처럼, 그 너머에 가장 좋은 것이 있다 믿으며 발걸음을 내디딘 마음이 녹아 있기도 하다.
모랭이숲 북큐레이션의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나와의 연결’, ‘여유와 휴식’, ‘자연의 치유’. 이 큰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 다양한 주제를 만들고, 그에 맞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손님이 책방에 오시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도란도란 책 이야기로 책방이 가득 찬다.
출판사와 작가는 책의 첫인상인 겉표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정작 책장엔 표지가 보이지 않은 채 책이 꽂히는 게 항상 아쉬웠다. 모랭이숲은 책 자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고, 모든 책을 전면으로 전시했다. 그리고 책마다 책방지기가 직접 쓴 소개글을 붙이려 노력하지만, 아직 머리와 손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꽤 많은 책에 소개글이 붙어 있다. 언젠가 모든 책에 소개글을 붙이는 게 목표다.
모랭이숲은 예약제 공간과 예약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책과 나와의 만남 그리고 연결,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와 휴식을 온전히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처음엔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했다. 예약제인 것을 모르고 온 손님이 책방 내부는 구경도 못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예약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공간을 작게나마 만들었다.
그래도 모랭이숲 예약제 공간은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주신다. 혼자 조용히 독서하고 싶어서, 친구와 책을 보며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책이 있는 공간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서….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찾아온 손님들이 책방을 온전히 즐기고 돌아가며 건네는 “또 올게요” 한마디에 힘을 얻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또 즐겁게 앞으로 나아간다. ‘모랭이숲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당신에게 온전한 쉼이 되길 바랍니다.’
아산/글·사진 이혜승 모랭이숲 책방지기
모랭이숲
충남 아산시 도고면 덕암산로 106-18(석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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