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년도 안된 농지위원회, 폐지·존치 의견 분분
“논밭 거래 위축돼 농민만 피해”
현행 법 문제없다는 반론 상당
“땅투기 막기 위해 유지할 필요”
농지은행 매매사업 확대 주장도
전국 시·구·읍·면 단위로 설치된 농지위원회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를 계기로 20년 만인 지난해 8월에 부활한 농지위원회의 농지 취득 심의제도가 농지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농지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농지법 개정의 필요성으로 농지위원회의 농지 취득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농지위원회 설치로 농지 거래가 위축되면서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남도의회는 4월 ‘농지 소유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현행 농지법을 개정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농지위원회 심의 등 농지 취득이 엄격해지면서 지난해 논·밭 거래량이 전년 대비 각각 22.2%·26.5% 감소했다는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지난해 8월부터는 농지위원회 심사까지 거쳐야 하는 등 농지 거래가 매우 위축됐다”며 “이는 농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들의 자산가치가 떨어졌다”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농지 투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설치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농지위원회를 없애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토지 거래량은 전년 대비 33.0% 감소하는 등 모든 종류의 토지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지목별로 대지는 전년 대비 38.7%, 공장용지는 31.9% 감소하는 등 농지 거래량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경기 악화로 국내 인구이동자수도 4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농지·아파트 등 모든 부동산 거래 자체가 감소했다”며 “농지 거래량 감소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농지위원회 심의제도 도입 등 개정 농지법으로 농지 거래량이 많이 감소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지적한다. 농지 거래를 얼어붙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받는 농지위원회만 해도 모든 농지 거래를 심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위원회의 심사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1필지의 농지를 3인 이상의 공유지분으로 취득하는 경우 ▲농지소재지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해당 시·군·자치구에 소재한 농지를 처음으로 취득하는 경우 등 투기가 의심되는 농지 거래에 한정돼 있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현행 농지법은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취득하려는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최근 농지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농지법 때문이 아니라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신규농들이 미래 농업소득을 기대하면서 구매하기에는 농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농지위원회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은 농지 가격에 대한 고령농·신규농 간의 기대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은퇴를 앞둔 고령농은 농지 규제를 풀어서라도 농지가 적정가격에 판매되기를 기대하는 반면 신규농들은 농지 거래가 줄어든 지금도 농지 가격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경남지역의 고령농 A씨는 “농사로 버는 돈이 연간 1000만원도 안되는 상황에서 농지라도 팔려야 은퇴 후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텐데 농지를 산다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이자 등) 수지타산을 고려할 때 농지 가격은 3.3㎡(1평)당 1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개정 농지법 시행 후에도 농지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비수도권의 개발 수요가 낮은 절대농지도 여전히 1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지적했다.
이런 입장차를 일부나마 해소하려면 농지은행의 농지매매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고령농·은퇴농들로부터 매입한 농지를 신규농·전업농 등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다.
박 연구위원은 “농지 거래가 줄어도 농지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라도 농지매매사업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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