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진화하는 금융사기, 대책은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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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인 걸 다 알고 봐도 속을 것 같다.' '질문부터 대답까지 너무 은행원 같아요.'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코로나19 이후 사기행위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었지만, 고령층은 예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자녀를 사칭해 고령층의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금융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미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를 예방하고자 2018년 '고령자안전법'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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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인 걸 다 알고 봐도 속을 것 같다.’ ‘질문부터 대답까지 너무 은행원 같아요.’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목소리부터 말투, 사용하는 단어까지 얼마 전 창구에서 만난 은행원과 똑같다.
보이스피싱은 시시각각 진화한다. 최근에는 ‘맞춤형’ 사기 수법이 성행한다. 사기범은 악성 링크 등을 통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짠다. 저신용자에게는 저금리 대환 대출, 사회초년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빌미로 사기를 치는 식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고령층이다. 코로나19 이후 사기행위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었지만, 고령층은 예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1년 1682억원에서 지난해 1451억원으로 13.73% 감소했지만, 60대 이상의 피해액은 612억원에서 673억원으로 되레 늘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9.4%에서 지난해 46.7%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 피해가 증가한 원인으로 ‘디지털 전환’이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며 70대 이상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9년 39.7%에서 지난해 59.2%로 증가했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사기범의 주된 먹잇감이 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자녀를 사칭해 고령층의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금융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미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를 예방하고자 2018년 ‘고령자안전법’을 제정했다. 고령자 금융거래에서 금융착취나 사기가 의심되면 금융기관이 즉시 해당 거래를 중지하거나 금융당국에 선제적으로 보고할 수 있다. 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는 ‘사기 및 스캠 방지법안’이 지난해 3월 미국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고자 ‘노인금융피해방지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처럼 금융기관이 고령자 금융착취가 의심되는 사건을 발견하면 금감원·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안은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예방 정책·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고령자의 자구책에 그친다. 시시각각 고도화하는 금융사기, 낯선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고령자의 피해만 늘고 있다. 고령자 스스로 예방하는 수준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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