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변화, 아열대작물 국내 보급의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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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하지만 아열대작물의 안정적인 보급과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관련 연구기관에서 적응성 실험, 재배기술 개발·보급을 하고 재배가이드라인도 제공하지만, 아열대작물이 외래작물이라는 점에서 재배기술·품질 표준화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아열대작물 재배가 기후변화를 마주한 우리 농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지, 아니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지는 농가·지자체·연구기관의 철저한 준비와 협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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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병충해는 농작물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구온난화는 작물의 재배지 이동, 외래작물 유입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이 확대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열대과수 재배농가와 면적은 각각 556가구와 186.9㏊로 2017년 대비 각각 53.6%· 70.7% 증가했다.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에는 스마트팜 보급, 귀농인 신규 진입,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도 있다. 스마트팜이 보급되면서 생육조건 제어가 쉬워졌고 원격 제어가 가능해 노동력 투입이 줄었다. 스마트팜에 가온시설만 갖추면 전국 어디서나 아열대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아열대작물은 귀농인의 관심 품목이 됐고, 기성 농가들의 작목전환을 유인하고 있다. 지자체가 아열대작물을 신소득작목·특화작물에 포함해 관련 교육·훈련을 운영하고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아열대작물의 안정적인 보급과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난방비 부담이다. 지구온난화로 재배조건이 유리해졌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다. 연중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제주도에서조차 가온이 필수적이다. 난방에 의존한 작물 재배는 농가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탄소배출로도 이어져 농업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둘째, 소비시장이 협소하다. 망고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소비층이 국내 체류 외국인, 애호가 등으로 제한적이다. 국내 생산량 증가 시 수요처 확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셋째, 외국산과 경합이다. 외국산에 비해 국내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소비 확대 걸림돌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아열대작물 수입 대상국이 다변화되고 관세가 인하돼 외국산 가격이 저렴해지는 양상이다. 넷째, 재배기술 표준화가 쉽지 않다. 관련 연구기관에서 적응성 실험, 재배기술 개발·보급을 하고 재배가이드라인도 제공하지만, 아열대작물이 외래작물이라는 점에서 재배기술·품질 표준화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아열대작물이 국내에서 신소득작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첫째, 난방비 절감으로 농가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공장과 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해 광열비를 절반 이상 줄인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재배지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다는 한계는 있지만,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해 기업과 농가가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장려할 만하다. 둘째,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학교급식 납품, 유효성분 검증·홍보, 다양한 가공품과 조리법 소개 등으로 소비처 발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연구기관·방송매체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산과 가격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초기에는 국내산 프리미엄이 통하지만, 향후 생산량이 증가하면 품질 제고와 생산비 절감으로 외국산과 경합해야 한다. 넷째, 지역별·품목별 표준화된 재배모델을 발굴해 보급해야 한다. 동일한 아열대작물을 재배함에도 농가마다 재배기술 편차가 심하다. 기존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축적하고 모범사례를 발굴하며 이를 표준화해 보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열대작물 재배가 기후변화를 마주한 우리 농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지, 아니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지는 농가·지자체·연구기관의 철저한 준비와 협력에 달려 있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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