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끝낸 ‘농어업위’ 농정 협력 이끌까
3개 분과 운영·5개 특위 활동
존속기한 5년 연장은 ‘파란불’
농민단체 참여 크게 줄어 걱정
존재감 부족·안건 현실화 미흡
농업계 플랫폼 역할 강화해야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장태평)가 3기 체제를 시작한다. 농어업위는 최근 민간위원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7월6일 본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위원회 가동에 나선다. 윤석열정부 출범 1년여, 장태평 위원장 취임 반년여 만이다. 공회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농어업위가 실질적인 범부처 거버넌스를 형성해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기대감도 높다.
◆ 분과위 구성 마무리…농업미래 대응 5개 특위 설치=농어업위는 3기 체제 출범에 앞서 올 상반기 분과위원회와 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분과위는 법령에서 정한 대로 농어업·농어촌·농수산식품 3개 분과로 운영된다.
농어업분과는 농가소득 정보 활용 기반 구축, 농업 금융투자 시스템 개선, 농업인 정의 및 기준 재정립 문제 등을 검토해 미래 농정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농어촌분과는 농어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어촌 공공디자인 적용 확대, 일자리와 삶과 쉼이 보장되는 스마트 농어촌 조성, 농어촌형 스마트학교 복합시설 구축 방안 등을 주된 의제로 삼는다. 농수산식품분과는 식품산업을 기술에 기반한 첨단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면서 식품산업 협업 생태계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임기로 운영되는 특별위도 다양해졌다. 미래산림·미래신산업·미래기술·미래수산·농업세제개선 등 5개 특위가 농업·농촌의 미래를 대비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 존속기한 연장 파란불…삶의 질 위원회 통합은 숙제=위원 선임과 조직 구성은 마무리됐지만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현행법상 농어업위 존속기한이 5년으로 규정돼 내년 4월24일이면 활동이 종료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농어업위 존속기한을 2029년 4월24일까지 연장하는 ‘농어업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정부위원회 통폐합 방침에 따라 대통령 소속 농어업위와 국무총리 소속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위원회’를 통합하는 문제는 진행이 더디다. 농해수위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를 안건으로 다뤘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삶의 질 위원회는 부처 장관급 15명을 포함해 50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상시기구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삶의 질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기능도 있다. 농어업위는 위원 규모가 30명이고 집행 기능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여서 삶의 질 위원회와 물리적·화학적 결합에 진통이 예상된다.
농민단체 참여가 줄어든 것도 농어업위의 균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2기 본위원으로 활동했던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최근 물러났고 앞서 2월엔 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 대표가 본위원에서 해촉됐다. 이로써 3기 체제에선 농민의길 소속 단체가 모두 본위원에서 빠지는 모양새가 됐고, 분과위나 특위에서도 생산자단체의 참여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정부의 성장 지향 드라이브가 일선 농업 현장과는 괴리가 크다”며 “농어업위는 현장 목소리를 정부에 전하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농민단체의 참여가 줄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 범부처 플랫폼 이점 살려 농업계 전략자산 활용을=농어업위는 문재인정부 3년차인 2019년 4월25일 출범했다. 그동안 많은 안건을 다뤄 의제화했지만 농업계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의결한 안건이 정부 예산과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탓이 크다. 장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은 게 뉴스가 됐을 정도로 대통령과 접촉할 기회가 드물다보니 정부 부처들도 농어업위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농어업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농어업위 당연직 위원인 부처 장관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걸 보지 못했다”며 “나중엔 민간위원들마저 얼굴을 비치지 않더라”고 했다.
분과위를 비롯해 다양한 특위에서 의제를 쏟아내는 구조에 대한 회의도 있다. 안건의 가짓수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란 점에서다. 농어업위 한 관계자는 “지난 4년 동안 ‘뭔가 만들어내자’는 기류가 강했지만 농어업위가 좋은 안건을 직접 생산해도 이를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며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업위를 플랫폼 삼아 다른 부처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어업위는 현안엔 개입하지 않고 중장기 정책을 다룬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시선이 많다. 농어촌문제·지역개발·그린바이오·푸드테크 등 범부처 성격의 현안이라면 농어업위가 정책 방향과 업무 영역을 조율하는 데 적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모든 정책을 다 논의할 수 없는 만큼 범부처 성격의 과제를 몇개만 압축적으로 선정해 다루는 게 맞다”며 “특히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농어업위와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이를 농업계 전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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