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8개월… 전세기로 지구 두 바퀴 날았다
9만450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총 7번의 해외 출장에서 대한항공 전세기로 이동한 거리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인 점을 고려하면 8개월간 지구 두 바퀴 반을 돈 셈이다. 전세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규약에 따라 비행기 종류, 편명, 위치, 고도, 속도 등이 담긴 비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공개 일정과 국내 출장 등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비행거리는 이보다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 멀리 갈 땐 드림라이너, 가까운 곳은 737
30일 민간 항공데이터 수집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후 8개월간 공식 일정으로 총 7회 출국해 8개국을 방문했다. 세부적으로는 ▲UAE 4일(2022년 12월 6~9일) ▲베트남·싱가포르 9일(12월 22~30일) ▲윤석열 대통령 UAE 순방·스위스 다보스 포럼 2일(2023년 1월 14~19일) ▲일본 순방 2일(3월 16~17일) ▲중국발전포럼 4일(3월 24~27일) ▲미국 순방 22일(4월 24~5월 12일) ▲프랑스·베트남 순방 7일(6월 18~24일) 등이다.
이 회장이 가장 애용하는 전세기는 보잉 787-8 드림라이너다. 장거리 비행은 드림라이너를 타고 중국, 동남아나 미국 내 이동이 많을 경우, 좀 더 작은 737기나 개인용 제트기를 탄다.
지난해 10월 27일 취임한 이 회장은 첫 해외 출장지로 UAE를 택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4일 오후 8시 38분 드림라이너를 타고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5일간 머물며 바라카(Barakah)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삼성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와 싱가포르를 찾기 위해 전용기 탑승장인 서울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에 나타났다. 이날은 드림라이너 대신 16인승인 737-75B(BBJ)편을 타고 출국했다.
이 회장은 당일 하노이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후 전세기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했다. 당초 이 회장이 싱가포르를 거쳐, 삼성SDI 배터리 2공장이 건설 중인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회장은 삼성전자 동남아총괄이 있는 싱가포르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말레이시아 행 비행기에는 일부 임원만 탑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올해 1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다보스포럼 동행을 위해 또다시 드림라이너에 몸을 실었다. 이 회장의 전세기는 서울→아부다비→취리히→밀라노→제네바→서울 등 총 2만1082㎞를 이동했다. 당시 이 회장은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 참석해, 옆자리에 앉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3월 16일에는 윤 대통령의 일본 순방을 동행하기 위해 일본 도쿄로 출국해 한일비즈니스 테이블에 참석했다. 또 지난 3월 23일에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737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 제트기 타고 미국 횡단... 글로벌 CEO 20여명 미팅
지난 4월에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다. 이 회장은 4월 23일 출국해 5월 12일까지 총 22일간 출장을 다녀왔는데, 역대 최장기간 해외 출장이다. 긴 비행시간과 미국 내 이동을 감안해 작고 속도가 빠른 14인승 걸프스트림의 G650 ER을 탔다. 이 기체는 SK와 LG가 보유한 전용기와 같은 기종이다.
이 회장은 24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고, 다음날 윤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이후 이 회장은 혼자 미국에 남아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드존슨 등 총 2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났다.
이 회장은 27일 워싱턴 공항에서 359㎞ 떨어진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을 찾았다. 이곳은 뉴욕 맨해튼과 가까워 VIP 전세기들이 많이 이·착륙하는 곳이다. 이 회장은 3일간 뉴욕 인근에 머물며,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30일부터는 동부에서 서부로 횡단을 시작한다. 테터보로 공항에서 이륙한 전세기는 서부 시애틀로 향했다. 시애틀에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보잉과 스타벅스 등 글로벌 대기업의 본사가 있어, 현지 기업인들과의 미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기는 시애틀에 도착한 뒤 일부 임원을 태우고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현지에 남은 이 회장은 남쪽으로 약 130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로 이동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잇달아 만났다. 이후 이 회장은 현지에서 전세기를 타고 12일 새벽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지난 18일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과 베트남 경제사절단 참석을 위해 드림라이너를 타고 파리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를 찾았다.
이 회장의 다음 출장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7월 초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보다는 8월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의 해외 출장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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