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너, 나랑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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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가려고 나섰을 때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던 고양이 한마리.
나를 배웅하러 나온 길에 발견한 고양이 한마리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그때 시인은 이 시를 써 내려갔는지도 모른다.
고 김충규 시인이 고양이에게 들었던 '너, 내 사람 할래?'라는 질문이 단순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생전의 시인이 얼마나 내향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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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길. 고양이와 마주쳤을 때 발걸음의 속도를 줄였던 적이 있다면, 자세를 낮추고 고양이와 거리를 좁히려 애쓴 적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모습이다.
내 주변엔 그렇게 고양이를 집 안으로 데려와 한식구로 맞이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 이유는 그냥 두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김충규 시인의 이 시에는 인간의 외로움이야말로 실로 이런 것이라는 선언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건네지 못하고 꾹꾹 참는 말. 너, 나랑 살래?
고 김충규 시인은 대학 다닐 때 같이 시를 썼던 아주 치열한 시기를 나눠 가진 사이다. 어느 일요일, 남산의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그의 집에서 같이 시를 쓰기로 한 날이었다. 막 그의 방에 들어서려는데 그가 밥을 차리고 있었다. 밥이 아주 따뜻했다는 기억 말고는, 그날 시를 많이 썼는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가려고 나섰을 때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던 고양이 한마리. 나를 배웅하러 나온 길에 발견한 고양이 한마리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그때 시인은 이 시를 써 내려갔는지도 모른다.
고 김충규 시인이 고양이에게 들었던 ‘너, 내 사람 할래?’라는 질문이 단순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생전의 시인이 얼마나 내향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 그렇다. 어마어마하게 내성적이었던 시인은 작게 재단해놓은 세계 속에서 시를 꿈꾸다가 아름다이 시를 거두고 저 하늘로 이사를 떠났다.
나는 이 세상, 누구에게 용기 내어 이렇게 말 걸 수 있을 것인가. 너, 나랑 살래?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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