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단오(端午)에 부르는 어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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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어질고(仁) 어부는 지혜롭다(知). 농부는 산(山)을 좋아하고 어부는 물(水)을 좋아한다.
어부는 물길을 알고, 바람을 읽고, 방향을 잡는다.
그런 어부가 굴원에게 물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고 살리라!" 굴원의 귓가에 어부의 노래는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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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물러서지 않는 굴원
반드시 한쪽만 옳지는 않아
인생은 어부와 굴원 이중주
때에 따라 연주를 달리해야
농부는 어질고(仁) 어부는 지혜롭다(知). 농부는 산(山)을 좋아하고 어부는 물(水)을 좋아한다. 농부가 부르는 노래는 귀거래사(歸去來辭)이고, 어부가 부르는 노래는 어부사(漁夫辭)이다. 어부는 물길을 알고, 바람을 읽고, 방향을 잡는다. 어부의 방향은 유연하다. 매여 있지 않은 마음으로 물길과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 어부에게 정답은 없으며 명답(明答)만 있다.
그런 어부가 굴원에게 물었다. “그대는 초(楚)나라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던가? 어찌하여 이런 궁벽한 어촌에 와서 고생하며 다니는가?” 굴원은 잘나가던 귀족이었다. 성품이 너무 강직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아부할 줄 몰랐다. 자신의 조국을 너무 사랑했기에 정적에게 모함을 당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유배길에 올랐다.
어부는 그런 굴원에게 점잖게 충고를 한 것이다. 세상의 추이에 맞춰 적당히 살면 되지 왜 이렇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어 힘들게 사느냐는 진심 어린 충고였다. 굴원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해 있고(衆醉·중취), 나만 홀로 깨어 있어(獨醒·독성) 이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어부는 그에게 적당히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길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세상이 모두 혼탁하면 흙탕물에 발을 씻고 살면 되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했으면 같이 취한 척하며 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굴원의 의지는 확고했다. 깨끗하고 고고한 몸에 세속의 먼지와 티끌을 뒤집어쓰며 살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어부는 굴원의 뜻을 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노를 저으며 어부의 노래를 불렀다. 거친 풍랑을 헤치고 변화무쌍한 기상 변화를 모두 겪어내고 살아온 노련한 어부의 노래였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고 살리라!” 굴원의 귓가에 어부의 노래는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어부의 노래는 굴원의 마음을 마구 뒤흔들어댔다.
사실 어부는 굴원의 마음속에 있는 또 하나의 굴원이었다. 굴원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세상과 타협해 적당히 살라는 어부도 있었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강직한 인생을 살겠다는 굴원도 있었다. 어부와 굴원은 매 순간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며 설득했다.
이런 어부의 합리적인 설득도 더이상 굴원에게 의미가 없었다. 굴원은 이 해결될 수 없는 논쟁을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멱라수(汨羅水) 강가로 가서 자신의 몸을 던졌다. 강물 속에서는 어부와 굴원의 논쟁이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선과 악, 미(美)와 추(醜)의 경계가 없는 세상이었다.
그가 멱라수 강물에 빠진 날이 음력 5월5일, 훗날 사람들은 그날을 기억해 단오 축제를 벌였다. 단(端)은 처음이란 뜻이고, 오(午)는 다섯번째(五)라는 뜻도 되니, 우리말로는 초닷새라는 뜻이고 일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다. 강직한 굴원이 자신의 몸을 던진 날이니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할 수밖에 없다. 모내기를 끝내고 여름 농사가 시작되기 전 양기가 가장 강한 날에 우리 민족은 축제를 벌여 뜨거운 여름을 대비하고 지나간 봄을 추억했다.
우리 안에는 어부와 굴원이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 세상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살다 가라는 어부와, 불의에 맞서 물러서지 말라는 강직한 굴원, 이 둘의 논쟁은 여전히 우리 삶의 여정에 진행형이다.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고 하지는 말자. 그것 또한 경계를 만들어 갈등을 키우기 마련이다. 인생은 어부와 굴원의 이중주다. 때에 따라 연주를 달리하면 그뿐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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