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기아 EV9…“공간·성능 다 챙긴 패밀리카”

기아 EV9. 정치연 기자

“EV6가 기아 전동화 포문을 열었다면 EV9은 플래그십 전기차로서 전동화 대전환에 방점을 찍는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윤용기 기아 국내마케팅2팀 책임)

“EV9이 절대적으로 싸진 않지만 최적의 가격에 가장 우수한 상품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이준성 기아 국내상품1팀 매니저)

EV9 시승회에서 만난 기아 실무진들은 신차에 남다른 기대감과 자신감을 보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기아의 두 번째 모델이자 새 플래그십 모델 EV9을 모든 임직원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기아 EV9. 정치연 기자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도입한 기아 EV9 전면부. 정치연 기자

기존에 없던 모델인 만큼 EV9은 디자인, 성능, 가격까지 출시 전부터 많은 소비자가 큰 관심을 나타냈다. EV9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3열 시트 구조,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키워드 아래 사전 계약만 1만대를 넘어서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EV9 시승은 경기 하남에서 출발해 충남 아산을 거쳐 부여까지 총 210㎞ 구간에서 이뤄졌다. 복잡한 도심과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주행 성능을 체험했다.

먼저 차량을 살폈다. 앞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실물을 접했지만 도로에서 마주하니 커다란 차체가 더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10㎜, 전폭 1980㎜, 전고 1755㎜, 축간거리 3100㎜로 기아 플래그십 SUV 역할을 맡아온 모하비보다 큰 덩치다. 전고가 폭이 넓고 높이는 낮아 안정적 비율을 갖췄다.

기아 EV9. 정치연 기자

기아 EV9 트렁크 공간. 정치연 기자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적용한 전면부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DRL) 등 깔끔한 차체 면과 조명이 조화를 이뤄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표현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편평한 바닥과 긴 축간거리 등 E-GMP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설계로 넓은 공간이 쾌적하게 느껴졌다. 간결하고 정제된 디자인에 머리 위까지 탁 트인 개방감 덕분에 장거리 시승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중앙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차량 정보를 운전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시동 버튼을 통합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레버(SBW)와 히든 타입 터치 버튼 등은 간결함과 직관적 조작성이 돋보였다.

기아 EV9 실내. 정치연 기자

기아 EV9 2열 시트. 정치연 기자

시승차는 6인승 모델로 2열에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릴렉션 시트를 장착했다. 시트 측면에 위치한 스위치를 누르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시트가 뒤쪽으로 눕혀진다. 진동과 두드림으로 마사지하는 다이내믹 바디 케어 기능도 제공한다. 스위블 시트도 실용적 기능이다. 2열 시트 하단 레버를 당겨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다.

주행을 시작하면 웅장한 차체가 묵직하게 움직인다. EV9은 99.8㎾h 배터리를 탑재하고 3D 언더커버, 공력 휠, 전면 범퍼 에어커튼을 적용해 국내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501㎞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시승차는 4WD와 21인치 휠을 적용해 454㎞를 인증받았다.

출발 전 배터리 85% 충전 상태에서 주행 가능거리는 414㎞였고, 에어컨을 작동하고 전비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채 210㎞를 달린 결과 190㎞의 남은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인증 수치와 실제 주행가능 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 소비효율로 보면 복합 인증치 3.9㎞/㎾h를 상회하는 4~5㎞/㎾h 사이를 기록했다.

기아 EV9 시승 출반 전 계기판. 414㎞를 달릴 수 있다고 표기했다. 정치연 기자

기아 EV9 충전구. 정치연 기자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승차감이다. 저속에서 출렁거림이 크지 않으면서도 고속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기아는 EV9 전륜에 맥 멀티 서스펜션, 후륜에 셀프 레벨라이저션 등 신기술을 활용해 노면 충격에 적절히 대응했다. 실내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각진 모습이지만 공기역학 설계와 흡·차음재를 적용한 덕분이다. 다만 환기를 위해 창문을 약간 내린 채 달리면 다른 차종보다 풍절음 유입이 상당히 큰 편이었다.

가속력은 부족함이 없다. 전기모터 특유의 울컥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내연기관처럼 부드럽게 가속한다. EV9 4WD 모델 기준 최고출력은 283㎾, 최대토크 600Nm의 전후륜 모터가 2585㎏의 거구를 가볍게 이끈다.

시승차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를 적용했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까지 변경해 준다. 애초 탑재가 예상된 레벨3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는 법규 문제 등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기아는 연내 HDP 추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 EV9 보닛 안쪽 수납공간. 정치연 기자

기아 EV9. 정치연 기자

이날 체험한 EV9은 전체적인 상품성 면에서 전기차를 넘어 패밀리카로서 뛰어난 가치를 보여줬다. 가격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이상적 패밀리카가 아닌 현실적 패밀리카가 되려면 꼭 필요하지 않은 옵션을 빼고 가격을 낮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트림을 신설했으면 한다. 트림별 가격은 7337만~8781만이다. 서울 기준으로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가는 6920만~8388만원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