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다 자료 받다 잡혀갈라…中방첩법, 교민 비상

지난 19일 (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열리는 베이징 인민 대회당 밖에 경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베이징 AFP=뉴스1

중국의 강화된 방첩법(반간첩법)이 다음 달 1일 시행된다. 간첩 행위의 정의가 넓고 모호해 중국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언론인, 학자들을 탄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국은 또 외국의 제재에 대항할 명분을 세운 법을 만들어 같은 날부터 적용한다.

앞서 중국은 올해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방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눈에 띄는 건 넓어진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다. 당초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기밀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자료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제공'과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핵심 정보 기반시설 등에 대한 촬영, 사이버 공격, 간첩조직이나 대리인에 협력하는 행위'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정의가 워낙 넓고 모호하다 보니 중국이 멋대로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마쓰다 야스히로 도쿄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CNN에 이번 개정안은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누구든 간첩으로 몰리고 어떤 행동이든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이전에는 평범한 업무 활동이 이제는 간첩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면서 "지방 정부 부채 같은 자료가 국가 안보 혹은 식량 안보와 관련한 자료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역시 27일 홈페이지에 '중국 본토 반간첩법 시행 대비 안전 공지'를 올려 유의를 당부했다.

이미 중국 당국은 올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캡비전, 베인앤드컴퍼니, 민츠그룹 등 국내외 컨설팅회사를 겨냥해 스파이 척결 캠페인을 벌이던 터다.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의 중국 지사 일본 직원도 스파이 혐의로 구금됐지만 어떤 행위가 문제가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방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일부 기업들은 안전을 위해 중국 출장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완전히 대치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중국 신화망·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국가주석 명의로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이날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3차 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제33조는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위반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안전 및 발전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며 "국무원과 그 부서는 필요한 행정 법규를 제정해 상응 조치를 확정해 실시한다"고 규정했다. 외국의 제재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근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제38조에서는 "중국 내 외국인과 외국 조직은 중국 법을 준수해야 하고,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협하고 사회공공이익을 해치거나 사회공공질서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해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