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찾은 이복현 금감원장… 상생금융 압박에 카드사 "난감하네"

박슬기 기자 2023. 6. 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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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버드나무로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식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은행권을 돌며 상생금융을 강조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비은행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카드를 방문하며서 카드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원장이 은행권을 순회할 때마다 은행들은 취약차주를 위한 상생금융 지원 보따리를 풀었던 만큼 다른 카드사들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서다. 금융권에선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들의 본격적인 상생금융 행보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식'에 참석했다.

우리카드는 이복현 원장의 방문에 맞춰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우리카드는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대상 신규대출(800억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이용대금 캐시백(100억원) ▲연체차주 저리 대환대출·채무감면(1300억원) ▲가맹점주 대상 상권분석·마케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원장이 2금융권 행사를 직접 현장 방문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이 원장은 올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을 모두 현장 방문했다. 이어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도 찾았다.

이 원장의 방문 때마다 은행들이 금융상생 방안을 내놨다. 이에 금감원은 이 원장의 은행 릴레이 현장방문으로 연간 170만명 차주에게 약 3300억원 가량 대출이자 절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카드에 이어 이 원장의 또 다른 카드사 현장 방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카드만 나서는 것은 다른 카드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은행권 릴레이 현장방문 역시 각 사의 초청에 이뤄진 만큼 다른 카드사들 역시 눈치껏 상생금융 방안을 만들어 이복현 금감원장의 현장방문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


수익 악화하는데 상생금융 어떻게 내놓나… 고심 커진 카드사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 등으로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상생금융안을 마련하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분기 7개 전업카드사 합산 순이익은 5725억원으로 전년동기(7569억원) 대비 24.4% 감소했다.

카드 이용실적이 증가하면서 전업 신용카드사의 합산 기준 영업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대손비용은 51%씩 늘면서 수익을 갉아먹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9.5% 줄어든 1455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820억원, 우리카드의 순이익은 45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1.0%, 46.4% 줄었다. 하나카드의 경우 무려 63.0%나 급감한 20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점이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채권)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채권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대였다가 지난해 말 약 6%까지 급등했다. 이후 올들어 3%대까지 낮아졌지만 조달비용 증가가 올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고금리로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이 악화한 것도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카드 대출은 주로 중·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데 경기 침체에 따라 이들의 자금여력이 줄어들면서 카드사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국민의힘·비례대표)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카드사의 리볼빙 연체율 평균은 2.38%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는 2.96%, 우리카드는 2.85%로 3%에 육박했다. 이어 신한(2.54%), KB국민(2.27%), 롯데(2.24%), 현대(2.0%) 삼성(1.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연체율도 대폭 올랐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올 1분기 연체율은 3.0%로 지난해 말 2.52%에서 3개월 만에 0.4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을 공시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카드는 총 696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7% 늘어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에 상생금융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연체율 상승 등으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소상공인 등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금융회사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합리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카드업권에서 중하위권이지만 처음으로 상생금융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지원사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카드사 역시 상생금융 지원책에 대해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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