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의기투합이냐, 억지조합이냐…'공동운용(Co-GP)' 딜레마

김성훈 2023. 6. 30.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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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운용사 의기투합 'Co-GP' 급증
각종 콘테스트서 승전보…대세 평가
부족한 곳 메울 수 있다 긍정론 여전
이면에 불협화음·억지조합 부작용도
'공동 운용은 결국 차선책일 뿐' 평가
이 기사는 2023년06월29일 16시5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자본시장에서 매물을 인수하거나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공동 운용(Co-GP)’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며 복수의 운용사가 자금도 같이 모으고, 인수도 같이 하는 것이다. 엄혹한 시장 분위기 속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공동 운용을 선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초반 의도와 달리 공동 운용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의기투합 취지가 희미해지면서 이견이 발생하기도 하고, 운용사 간 법적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출자를 대가로 억지조합을 강요하는 사례도 최근 나오는 상황이다. 공동 운용이 자본시장 내 하나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위기 타개를 위한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본시장에서 매물을 인수하거나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공동 운용(Co GP)’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공동 운용을 선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초반 의도와 달리 공동 운용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데일리DB)
‘우리 일 하나 같이 하자’ Co GP 사례 급증

2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공동 운용을 택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시장이나 벤처캐피털(VC) 시장 모두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위탁운용사를 발표한 혁신성장펀드(혁신산업펀드)와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관광기업육성 분야)에서 공동 운용 형태로 참여한 운용사들이 포함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성장금융이 주관한 ‘제1차 중견기업 혁신펀드’ 출자사업도 공동 운용 형태로 참여한 운용사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공동 운용은 쉽게 말해 ‘동업’이다. 운용사별로 투입하는 자금이나 비율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펀드 조성·매물 인수)를 성취하기 위해 2~3곳의 운용사들이 의기투합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 규모를 키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딜을 해내기 위해서다. 정말 괜찮을 딜소싱(매물 발굴)이 됐는데, 해당 금액을 댈 여력이 없을 때도 공동 운용을 먼저 떠올린다.

뜻하지 않은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위험요소를 배분할 수 있다는 점도 공동운용을 찾는 이유로 꼽힌다. 펀딩 과정에서 초대형 운용사에만 자금을 쏠리는 자본시장 출자 분위기를 감안하면 연합군 형식으로 지원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보다 나은 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에서는 공동 운용이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전략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공동 운용 형태로 트랙레코트(투자이력)을 쌓다 보면 결국 볼륨(규모)이 커지면서 운용사별로 득이 될 일도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공동 운용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공동 운용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거나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불협화음에 억지조합 부작용…차선책일 뿐 반론도

그런데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공동 운용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공동 운용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거나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어서다.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지난 2021년 41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안마 의자 전문 업체 바디프랜드가 대표적이다. 두 운용사의 파격적인 의기투합으로 당시 화제를 모았던 바디프랜드는 이후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한앤브라더스 측 인사를 해임하는 한편, 공동운용 체제에서 스톤브릿지캐피탈 단독운용 체제로 바뀌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두 운용사는 관련 이슈를 두고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출자 비리 이슈가 불거진 새마을금고에서도 공동 운용을 악용한 사례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에서 대체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 A씨는 단독으로 출자를 제안한 자산 운용사에 특정 운용사를 공동운용사로 끼워주는 조건으로 출자를 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A팀장 측은 순수한 밸류업(가치상향) 차원에서의 매칭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에서는 대가성 거래가 수반된 제안이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실제로 공동 운용을 하고 있지만, 왕래가 없거나 연락조차 하지 않는 운용사들도 있다. 새마을금고 사례처럼 출자(또는 투자)를 조건으로 생전 처음 보는 곳과 공동운용을 제한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결국 자금이 아쉬워 어쩔 수 없이 공동운용을 수락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공동 운용이 소기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혼자 할 수 있다면 어느 운용사가 혼자 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운용사가 혼자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해서 하는 것”이라며 “공동 운용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 차선책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 운용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맞다”면서도 “이해 관계가 워낙 첨예하고 돈을 버는 일이다 보니 조금만 균열이 생겨도 일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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