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후쿠시마선 '세슘 우럭', 우리 앞바다 정말 괜찮나

이현주 2023. 6.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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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 우럭 잡힌 곳 발전소 취수구 바로 앞
방류 기준 철저히 지키면 먹거리 걱정 불필요
단 장기간 해양 생태계 미칠 영향은 미지수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원산지가 '일본산'이라고 적힌 돌돔이 팔리고 있다. 뉴스1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내달 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최종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선 '괴담' 논쟁이 한참이다. 공론장은 극단적인 찬반으로 양분됐다. 이에 한국일보는 대중의 관심이 높으면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을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①'세슘 우럭'이 잡혔다는데... 얼마나 위험한가

도쿄전력이 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방사성 물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후쿠시마 원전 제1발전소 1~4호기 취수구 앞에서 채집된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당 100베크렐)의 180배나 되는 1만8,000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됐다. 도쿄전력은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지하 도랑을 통해 항구로 유입됐다고 판단, 발전소 주변 반경 20km 이내에서 채취한 물고기, 해조류 등의 세슘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공포심을 자극할 만하다.

도쿄전력이 해수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점들. 문제의 '세슘 우럭'은 항만 안쪽에서 채집됐다. 도쿄전력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해당 우럭이 채집된 장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 우럭은 삼각형 형태의 방파제로 둘러싸인 항만 내에서 잡혔다. 방파제 안쪽은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다량 유출된 곳이고, 특히 우럭은 서식 반경이 1㎞ 이내다.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에 서식하는 셈이다. 4월에도 같은 지점에서 잡힌 쥐노래미에서 1,2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에서 나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양생태학 전문가는 "서식 반경이 넓은 고등어나 참치에서 기준치를 상회하는 세슘이 나왔다면 큰일이겠지만 원전 인근에서 잡힌 우럭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이 논란거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②방류된 오염수, 언제 우리 해역에 오나

후쿠시마 앞바다는 오염돼 있는 게 당연하다지만,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에 우리 바다는 과연 안전할까.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배 희석해 방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정화작업'이 틀림없이 이 설명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쿄전력 직원이 26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AP·연합뉴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방류된 오염수가 국내에 '언제' 도달할지를 두고 서로 다른 연구결과를 근거로 갑론을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2년 독일 헬름홀츠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동쪽 해역에 유출된 세슘이 약 7개월 후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다만 사고 당시 유출된 세슘 농도가 1이라면 제주 인근에 도달하는 농도는 1조 분의 1 정도라고 봤다. 이 외에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오염수가 이르면 4, 5년 내지 10년 뒤에 우리 해역으로 온다고 했는데, 유입 예상 시기가 다를 뿐 유입될 방사성 물질 농도가 미미하다는 건 공통적이다. 유입 시기는 어느 예측이 맞을지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③ALPS도 못 걸러내는 삼중수소... 해롭지 않나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도 전문가들 의견이 갈린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삼중수소는 체내 유기결합을 통해 유전자(DNA)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이런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인체 바깥의 삼중수소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어도, 체내에 피폭되면 배출되지 않고 머무르면서 옆 세포들을 때리게 된다.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해성도 '기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염수 10리터에 포함된) 삼중수소 62만Bq을 섭취하면 내부피폭선량은 0.011mSv(밀리시버트) 정도"라며 "오염수 10리터를 마시면 X선 사진 1번 찍는 수준으로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유해물질의 영향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방사성 물질은 오랜 연구 끝에 인체에 안전할 수 있는 '기준치'가 정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 내 TV를 통해 상인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방류 후 해양 생태계에 어떤 일이 생기나

장기간 이뤄질 오염수 방류와 이로 인한 영향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오염물질을 인위적으로 걸러서 바다로 방류하는 행위 자체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방류 이후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올 2월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 당시 김경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방류 실시계획 자료만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실제로 생태계나 수산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 판단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힐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방인철 울산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IAEA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결과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웃나라인 한국이 일본의 방류 행위를 검증할 수 있도록 IAEA 내부에서 입지를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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