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실세 차관들에 "이권 카르텔과 싸워라"... 전문성보다 '선명성 치중' 지적도

김현빈 2023. 6. 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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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2기 내각 인선의 초점은 정부부처의 역할 재정립과 '윤심' 실세 차관들의 부처 장악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후 차관에 지명된 비서관 5명에게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차관 지명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개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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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상 전파' 임무받은 통일부 장관... 업무 달라질 듯
오염수, 사드 환경평가 등 담당 차관에 실세 비서관들 투입
비전문가를 국토부 1차관에... 전문성 결여 우려 목소리
대통령실은 29일 장·차관 인선 등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2기 내각 인선의 초점은 정부부처의 역할 재정립과 ‘윤심’ 실세 차관들의 부처 장악에 맞춰졌다. 국정과제 이행 속도를 높이고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으로 지명된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따로 만나 "약탈적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히 맞서 싸우라"고 당부했다.

통일부 장관에 '대북 강경파'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하면서 담당 임무가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에 치중했던 통일부를 쇄신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부처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이 담겼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공작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정책이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이 부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도 이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정권이 임명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 김홍일 전 검사장을 앉힌 것도 반부패 업무를 맡은 권익위 본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김 내정자가 2011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총괄할 당시 호흡을 맞춰본 윤 대통령은 권익위를 단기간에 안정시킬 적임자로 일찌감치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차관 인선에는 국정 드라이브에 방점을 찍었다. 국정기조에 대한 이해가 높은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각 부처 차관으로 임명하면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우선순위로 강조하는 개혁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부처나,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판단하는 ‘가짜 뉴스’ 대응이 절실한 부처에 이들을 주로 포진시켰다. 전세사기·역전세난 심화 등 최대 현안인 부동산 이슈에 대응하고, 건설노조 등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1·2차관에 김오진 관리비서관·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임 정부의 태양광 사업,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논란 등 정치적 쟁점사안이 얽혀 있는 환경부에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기용한 것도 '가짜 뉴스 대응을 철저히 하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 설립이라는 숙원을 해결할 적임자로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낙점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후 차관에 지명된 비서관 5명에게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또 "공직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차관 지명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개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국정 장악에 치중한 나머지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부 1차관의 경우 주택·부동산 정책, 도시계획 등 국토 균형 발전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김오진 내정자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 경력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청와대)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나가는 건 일반화된 코스였다”며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도 얻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부처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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