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트럼프, 푸틴 죽어서도 클론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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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아, 잘 있었어? 엄마 나연이 보고 싶었어.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세상을 떠난 친구를 스마트폰 앱 대화봇으로 되살린 '고 로만'(Go Roman), 자신의 삶, 기억, 생각까지 전부 기록하는 기억확장장치 '메멕스'(Memex), 7만 개의 디지털 클론이 살아가는 '이터나인'(Eter9) 등이 이미 현실화된 기술이다.
디지털 클론이 인간의 자아상을 흔들거나 원치 않게 디지털 클론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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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아, 잘 있었어? 엄마 나연이 보고 싶었어.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 눈물이 왈칵 터진다. 지난 2020년 2월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얘기다. 어머니 장지성씨가 3년 전 혈액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일곱 살 딸 나연이를 공원에서 재회하는 기적 같은 과정을 담았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8개월에 걸친 가상현실(VR) 구현 작업으로 나연이를 재현했다. VR안경을 쓴 장씨는 나연이가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안으려 허공을 더듬거리며 흐느낀다. 주요 장면을 추린 9분가량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479만 회.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한글로 쓰인 댓글이 6만2,000개나 됐다.
‘두 번째 인류’는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인류 ‘디지털 클론’(복제 인간) 연구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다. 독일 방송 분야 최고 귄위인 그림메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썼다. 책을 열면 장씨의 사례가 첫 사례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디지털 클론’이 만들어진 이유와 영향력, 고민할 점을 모두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녀의 생전 모습을 재현한 시뮬레이션은 수십 년 전 SF 작품에서 시작된 판타지가 앞으로는 점점 우리 삶을 결정하고 ‘인간다움’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으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낯설고 기이한 증거였다.”
인공지능(AI) 연구는 이미 챗GPT나 바드 같은 대화를 넘어 ‘인간’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AI기술을 활용해 나와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심지어 똑같이 생각하는 ‘디지털 클론’ 연구가 가공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 모든 욕망이 이 연구에 연료를 퍼붓고 있다. 세상을 떠난 친구를 스마트폰 앱 대화봇으로 되살린 ‘고 로만’(Go Roman), 자신의 삶, 기억, 생각까지 전부 기록하는 기억확장장치 ‘메멕스’(Memex), 7만 개의 디지털 클론이 살아가는 ‘이터나인’(Eter9) 등이 이미 현실화된 기술이다. 조만간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매달 이용료를 지불하고 가상현실에서 살아가거나 고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디지털 클론 연구가 가져올 문제까지도 파고든다. 디지털 클론이 인간의 자아상을 흔들거나 원치 않게 디지털 클론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저자들은 디지털 클론이 남겨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이 디지털 클론이 되어 우리의 생각, 행동, 바람에 영향을 미친다면 저항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나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권력자들이 사후에도 권력을 행사하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이들 디지털 클론을 만들고 통제하는 기업은 누가 감시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영생불멸의 삶을 살 순간이 아주 빠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 혼돈의 시간에 앞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책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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