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자~, 든든한 한 끼로 아이들의 꿈을 키웁니다 [Weekend 문화]
초·중·고교 250곳 아침밥 지원 사업
오전 8시면 복지실로 몰려드는 아이들
볶음밥·떡볶이…20명 입맛 두루 챙겨
시계바늘이 정각을 가리키자마자 한 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대며 복지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선생님에 대한 인사 예절은 잊지 않았다.
장인숙 교육복지사(60)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음식을 차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아침 식단은 유부초밥, 토마토, 계란국, 푸드머스 비타민으로 이뤄졌다. 장 복지사는 유부에 들어갈 밥을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수 있게 알맞게 뭉쳤다. 간혹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씨리얼과 토스트도 준비해뒀다.
음식이 차려지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장 복지사에게 인사하며 복지실로 들어왔다. 장 복지사는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저와 함께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것 하나는 꼭 가르쳐주자는 마음이었다"며 "교실 문 밖에 보면 '인사하고 들어오기' 표지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아침머꼬' 사업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조식을 지원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월드비전은 전국 초·중·고교 250여곳에 '아침머꼬'를 지원하고 있으며, 경남·울산 지역은 초·중·고교를 포함해 모두 21곳이 지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초등생 한 명당 아침 한끼 3500원, 중·고등학생은 4000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진주 봉원초의 경우 총 20명의 학생이 '아침머꼬'를 지원받고 있으며, 월드비전과 학교 측에서 각각 10명씩 지원하고 있다. 봉원초는 간편식 식재료, 밀키트 등을 오전에 배송받아 조리한다.
이날 아이들은 장 복지사의 지도 하에 다툼 없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이가 정겹게 식사하는 화목한 가정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였다. '아침머꼬'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복지실에 들어와 좋아하는 연예인 소식과 인기 유튜브 채널에 대해 친구들과 공유하며 식사를 즐겼다.
김영진 군(가명)은 "든든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장 선생님이 너무 착하신데, 잘 대해주시고 맛있는 음식도 매일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존경을 표했다. 이영아 양(가명)도 "떡볶이와 김치볶음밥을 좋아하는데, 장 선생님이 너무 잘 만들어주신다"며 "복지실에 오면 맛있고 든든히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날 '아침머꼬'가 끝날 무렵인 오전 8시48분쯤 아이들이 장 복지사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은 교실로 가기 전, 장 복지사에게 "종종 만나서 맛난 음식 해달라", "그동안 맛있는 음식 해주셔서 고맙다", "선생님 가시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등 여운이 묻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년 퇴직을 앞둔 장 복지사가 이달 30일자로 정든 아이들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광석 월드비전 경남울산사업본부장은 "배고픔이 채워져야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데, 장 복지사가 아침마다 건강한 식사를 준비해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학교를 옮기면서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도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기억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그간 월드비전의 좋은 파트너가 돼 주시고, 힘이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 복지사는 "이제 정말 아이들을 못 만나는 게 실감이 난다"며 "어디 가서도 인사 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고, 월드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아침밥도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우리 아이들도 다른 이들에게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앞으로 장 복지사가 떠난 봉원초의 빈자리는 후임인 김미선 교육복지사(52)가 채우게 된다. 이날 복지실 현장을 참관한 김 복지사는 "삼남매의 엄마로서 내 아이들 밥 챙겨 먹이듯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밥을 잘 먹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간 고생하신 장 복지사님께 많이 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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