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없어졌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 선수, 직원들이 다 함께 갈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예요.” 프로농구 전 고양 데이원 주장 김강선(37)은 이번 시즌을 2009년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다. 작년 8월 창단한 데이원은 모기업 경영 악화로 가입비 지연 납부, 선수·직원 임금 체불 등 논란을 일으키다 퇴출당했다. 선수들도 괴로웠다. 김강선은 주장으로서 경영진과 면담하고 통화하느라 진을 뺐다. 매번 “기다려라. 해결될 거다”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후배들은 “형, 또 기다리라 그러죠?”라면서 답답해했다. 월세가 밀려 집주인에게 “전기, 수도를 끊겠다”는 말까지 들은 선수도 있었다. 이런 악전고투 속에 데이원은 플레이오프 4강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김강선은 “프로는 프로더라. 훈련, 경기가 시작되면 다들 눈빛이 달라졌고 죽기 살기로 임했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무적(無籍) 선수 신세인 이들은 지난주부터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 경기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KBL은 체육관 대관과 트레이너 고용 등 지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환경은 절망적이지만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 전력을 다한다. 감독·코치도 없이 선수 9명과 트레이너 2명이 훈련 중이다.
이날 훈련장에는 10여 명 팬이 이들을 격려했다. 도넛과 음료를 건네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수들은 “이런 팬들이 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면서 고마워했다. 데이원은 없어졌지만 KBL은 인수 기업을 찾고 있다. 부산시가 농구단 연고지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다음 달 중순까지 확정되지 않으면 7월 21일 남은 데이원 선수 18명은 특별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구단으로 흩어져야 한다. 김강선은 “뿔뿔이 흩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다. 한 팀으로 다시 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김민기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솜주먹’으로 279억 번 타이슨
- 개가 얼굴 물었는데 “잘못 없다”… 목줄 안한 견주 벌금 500만원
- 美 에너지 장관 된 ‘석유 재벌’... 친환경 정책 줄폐기 예고
- [만물상] 머스크식 ‘주80시간 근무’
- 야탑역 살인 예고범, 경찰·장갑차 출동비 수천만원 물어낼 판
- ‘李 위증교사’ 선고 앞둔 23일도 野 도심집회
- BTS 첫 제대 ‘진’... 3800명 아미 앞에서 솔로 쇼케이스
- ‘이강인 스승’ 하비에르 멕시코 감독, 관중이 던진 캔 맞아 출혈
- 시진핑, 바이든과 마지막 만남...이시바와 첫 만남
- 경기 곤지암리조트 내 가건물서 화재... 1명 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