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번역 필요없다, 강릉에 울려퍼질 34國 ‘평화 하모니’

윤수정 기자 2023. 6. 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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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일부터 총 11일간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

“음악만이 이 세계에서 번역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는 혼이 혼에게 호소된다.” 독일의 저명한 문헌학자 에리히 아우어바흐(1892~1957년)가 남긴 이 말처럼 국경을 넘어 오감으로 이해하는 음악의 장이 열린다. 오는 7월 3~13일 강원 강릉시 일대에서 개최되는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월드콰이어게임·World Choir Games)’다.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이 주최하는 월드콰이어게임(WCG)은 ‘세계합창올림픽’으로도 불린다.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를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개최지를 옮겨 열려온 세계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합창대회다. ‘참가국들이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교류한다’는 비영리 목적에 방점을 둔 만큼 ‘상금 없는 대회’로 운영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명예로운 경쟁’까지 피하진 않는다. 민속음악, 현대음악, 재즈, 팝 앙상블 등 28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고, 전문 심사를 거쳐 각 분야 금·은·동 기념 메달을 수여한다. 인터쿨투르재단은 전 세계 합창단 순위를 매긴다. 이 대회 금메달 수상 경력 역시 ‘월드 콰이어 게임 챔피언’이란 이름으로 높게 평가된다. 상금 없는 아마추어 대회지만 쟁쟁한 월드 랭킹의 합창단들이 “참가만 해도 명예롭다”며 자비로 비행기 값을 내가며 몰려든다.

직전 대회 최고 득점팀이자 인터쿨투르 월드랭킹 5위에 올랐던 벨기에 아마란스 합창단. 강릉세계합창대회 조직위는 “전 세계 실력자들이 승패보다는 서로의 최고 기량에 박수를 보내는 걸 우선순위로 두고 모인다는 게 이 대회만의 멋스러움”이라고 했다. /강릉세계합창대회

올해 12회 개최지로 선정된 ‘강릉’에도 34국 323팀, 80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다. 본래 2022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팬데믹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참가를 고대했던 실력파 팀들이 대거 참여한다. 직전 개최된 벨기에 플랜더스 대회 최고점, 인터쿨투르 월드랭킹 5위 기록의 벨기에 ‘아마란스’ 합창단, 올해까지 총 6회로 최다 참가 기록의 독일 ‘힐트부르그하우젠’, 남성합창단 월드랭킹 톱50 1위 홍콩 청소년 합창단 ‘디 오션 보이스 스쿨 콰이어’ 등이 우승팀 자리를 노린다. 한국에선 이 대회 팝 앙상블 부문 금메달 2관왕(2016·2018년)인 합창단 ‘하모나이즈’가 개막식에 무대를 꾸민다.

197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합창단’은 올해 대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을 가장 잘 상징하는 팀으로 꼽힌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합창단원 절반 이상이 전쟁 상황으로 처음에는 연락이 닿지 않아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극적으로 현지 단원들 전원과 연락이 닿았고, 이들은 폴란드를 거쳐 7월 1일 입국할 예정이다. 다만 러시아는 당초 세 팀이 신청했는데 결국 대회 직전 “개인 사정”이라며 참가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국내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건 2002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 부문별 경연은 3일 오후 7시 30분 강릉아레나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부터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과 소공연장, 강릉장로교회 대예배실, 단오제전수교육관 등에서 진행된다. 7월 9일에는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를 본떠 세계 합창단과 지역 예술단이 각자의 민속 의상과 노래 공연을 선보이며 강릉 월화거리부터 사적 제388호인 강릉대도호부 관아까지 거리 행진을 펼친다. 개·폐막식, 축하콘서트는 미리 공식 홈페이지(www.wcg2023.kr) 등을 통해 티켓을 예매해야 하지만 경연 본 무대와 시상식, 우정콘서트 등은 선착순 무료관람으로 진행된다.

우크라이나 보그닉 합창단 지휘자 올레나 솔로비는 조직위를 통해 “나의 조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포화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자 전쟁에서 분연히 일어난 대한민국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평화를 노래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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