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0] ‘통제인민공화국’
속이 빈 대롱을 가리키는 한자가 관(管)이다. 숨을 불어 넣으면 소리까지 낼 수 있다. 그래서 얻은 새김의 하나가 ‘피리’ 등 관악기다. 그러나 자물쇠 구멍에 찔러 넣어 닫힌 것을 여는 기물도 가리켰다. 바로 열쇠다.
우리도 자주 쓰는 ‘관할(管轄)’이란 단어가 그 흐름에 있다. 앞의 ‘관’은 열쇠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뒤의 ‘할’은 수레의 바퀴를 축(軸)에 고정하는 장치다. 따라서 ‘관할’은 열거나 잠그는 행위를 가리켰다고 할 수 있다. 열고 닫는 동작은 결국 남의 행동을 허가하거나 거부하는 권한 행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관할’은 남에게 문을 열거나 닫는 단순한 행위에서 ‘지배력’ ‘통제’ 등의 뜻을 지닌 단어로 발전한다. 특히 행정 영역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관’이라는 글자는 이후 풍부한 단어로 이어졌다. 우선 관리(管理)가 그렇다. 상황을 제 권한으로 조율하고 이끄는 일이다. 어떤 일을 주도하는 행위는 주관(主管)이다. 일을 모두 맡아 처리하면 총관(總管)이다. 그런 권한으로 남을 통제하면 관제(管制)다.
중국은 이 ‘관제’를 무척 즐겨 사용하는 곳이다. 왕조시대가 그랬고, 현대 공산당의 중국 또한 그렇다. 도시의 불법행위 등을 단속하는 공무원 집단인 속칭 ‘성관(城管)’이 대표적이다. 영세 상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엔 ‘농관(農管)’도 등장했다. 농사 일반을 지도하는 취지에서 가동했다. 그러나 농촌 주민들의 일상을 통제할지도 모른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문관(文管)’도 출범했다. 문화 행위 전반을 감독하고 검열한다.
도시와 농촌에 이어 문학과 예술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사람의 의식과 행위를 간섭하고 통제할 분위기다. 중국의 정식 국호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지만, 그 실제 내용은 ‘통제인민공화국’이라고 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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