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케이블카 22년만에 첫발… 억새밭 코앞서 내린다
울산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1차 관문 격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최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에 앞선 절차로 사업 계획이 적절한지, 입지 타당성은 있는지 등 전반적인 사업 계획을 살피는 평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 평가에서 이 케이블카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이날 “지난 2001년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시작한 이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통해 노선(路線)이 인정된 것은 22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종 허가를 위한 장정의 6부 능선은 넘은 셈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 기슭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구간에 설치될 전망이다. 영남알프스는 신불산(해발 1159m)을 비롯해 가지산, 재약산 등 높이 1000m가 넘는 산 아홉 개가 이루는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청도군, 경남 밀양시·양산시 등 시·군 5곳에 걸쳐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 케이블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남알프스의 절경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환경청이 내건 조건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울주군 관광과 김병한 팀장은 “환경청이 케이블카 정류장 입지와 운행 계획 등 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환경 훼손 우려는 보완이 필요하다 해서 노선을 일부 조정하게 됐다”고 했다.
케이블카의 당초 노선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하부 정류장)에서 해발 932m인 간월재 동측 지점(상부 정류장)까지 1.85㎞였다. 그러나 상부 정류장이 생태 1등급지와 식생보전등급 2등급 지역,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구름병아리난초 등이 자라는 지역 등을 지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울주군은 하부 정류장은 그대로 두되 상부 정류장 위치를 생태 1등급지 통과를 피할 수 있는 신불재 남서쪽 해발 850m 지점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노선이 산 위쪽으로 곧장 가로지르는 직선형에서 비스듬하게 사선형으로 되면서 오히려 길이는 2.48㎞로 늘어났다. 케이블카(캐빈)가 지나는 줄을 받치는 지주도 4개에서 3개로 줄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노선 하나를 10인승 캐빈형 곤돌라 50여 대가 왕복 운행하는 모노 곤돌라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간당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다. 민간 업체인 영남알프스케이블카사(社)가 사업비 644억원을 전액 부담해 설치하고 울주군에 시설을 기부 채납한 뒤 20년간 무상 사용하게 된다.
울주군은 연간 60만명이 이 케이블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해 관광객 133만여 명(2022년 기준) 정도인 울주군 입장에서는 관광객 수가 50%가량 늘어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하부 정류장이 있는 복합웰컴센터에서는 울주산악영화제 등 각종 행사가 열리고, KTX 울산역에서 차로 20분 안에 갈 수 있는 등 접근성도 좋아 관광객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울주군은 조만간 신불산군립공원계획 변경 심의를 완료하고, 2차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를 내년 7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후 실시설계,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 12월 케이블카를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부 환경단체, 종교단체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은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 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산 통도사 측도 최근 “인간의 편의와 작은 이익을 위해 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울주군은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헬기 등을 이용한 친환경 공법으로 케이블카 설치물을 시공할 계획”이라며 “케이블카 탑승객이 등산로 등으로 내려갈 수 없도록 정류장 주변에 나무 덱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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