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열악한 환경은 이제 안녕∼ ‘동물원 허가제’로 동물 행복 지켜요

이병구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2023. 6.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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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동물원 관리 의무 없어… 좁고 더러운 곳에 동물 방치하기도
12월부터 허가 받아야 운영 가능
무분별한 체험-방치 금지 조항도
운영 중인 동물원은 유예기간 적용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에 있는 너구리들. 인천시 제공
안녕! 나는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동물원 원장이야. 그런데 최근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사는 동물들이 더 행복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물원 허가제’가 통과됐대! 이참에 우리 동물원을 동물들이 행복한 동물원으로 탈바꿈시켜야겠어!

● 행복한 동물원 첫걸음, 동물원 허가제

경남 김해의 한 민간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백호’. 백호가 힘없이 누워 있는 가운데 유리창에는 ‘먹이급여가 부족해서 마른 게 아니라 2차 성장기의 원래 정상적인 체형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백호의 마른 모습에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김해시는 “백호는 건강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뉴스1
작년 12월 13일 동물원 허가제가 발표됐어. 2017년부터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된 거야.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전에는 가축이나 야생동물 또는 해양생물을 일정 수나 종류 이상 전시하고 관공서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었어. 그런데 올해 12월부터는 동물원 검사관의 평가를 받아서 허가 기준을 만족해야만 동물원을 열 수 있는 허가제가 시행돼.

이렇게 법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개정법을 발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법에는 국가와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원을 점검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어서 동물복지를 담보하지 않는 동물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동물들이 방치되고, 좁은 수족관에 살던 돌고래 벨루가 두 마리가 연이어 폐사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이유를 말했지.

새 법에는 무분별한 동물 체험을 막고 동물원의 문을 닫거나 잠시 쉴 때에는 동물들을 방치하지 말아야 하며, 고래처럼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어.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됐지. 동물원들은 2028년 12월까지 개정법에 따른 허가 기준을 갖춰 허가를 받아야 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이번 개정법은 영국의 동물원 관련법을 참고했다”고 말했어.

● 우리 동물원 어떻게 고칠까?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동물원을 평가하는 걸까? 동물원이 허가 기준에 적합한지 살펴봐야 할 부분은 다양해. 각 동물마다 생태에 알맞은 환경에서 지내고, 질병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관리 계획도 세워야 해. 마승애 청주대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동물을 관리하는 사육사나 수의사 같은 전문인력의 수나 동물원이 활용할 수 있는 예산도 평가 항목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어.

허가 기준이 마련되면 검사관이 직접 방문해서 동물원을 평가할 예정이야. 동물원을 평가한 검사관은 우선순위에 따라 고칠 부분을 안내해 동물원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지. 주우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동물원 관련 업무 경력이 풍부한 사람, 야생동물 치료 경험이 있는 수의사를 비롯해 동물복지, 생태 등을 전공한 연구자 등이 관공서나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아서 검사관 역할을 할 것이다. 동물원과 수족관 각 분야마다 40명 정도의 검사관을 구성하여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어.

● 동물원 허가제, 어려움을 뚫고 나가라!

동물들의 생태를 잘 모르거나 어떻게 바꿔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어디서 교육을 받아야 좋을까? 개정법에 따르면 사육사나 수의사들은 해마다 법으로 정한 필수교육을 받아야 해.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에서는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 이기원 KAZA 사무국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들여와 활용하고, 실습과 노하우 공유가 포함된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조경욱 서울어린이대공원동물원 동물복지팀장은 “동물원에 특화된 전문가를 양성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지.

동물원을 개선하는 데는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자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어. 김소리 변호사는 “누군가 동물원 허가제 때문에 동물원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며 헌법을 근거로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어.

그러면 문을 닫는 동물원 운영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동물의 복지를 개선해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 의식 수준에 따른 변화다. 유예 기간이 6년으로 충분히 길기 때문에 국가가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어.

● 통과되면 끝? 행복한 동물원은 이제 시작!

우리나라의 첫 동물원은 1909년 개원한 창경원 동물원으로 알려졌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년이 넘도록 동물원에 관한 법이 없었지. 다른 나라는 어떨까?

스위스는 1992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서 동물의 존엄성을 인정한 나라야. 야생동물을 기르려면 정부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아 동물의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사육환경을 갖춰야 하지. 예를 들어, 기니피그나 금붕어 등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타는 ‘사회적 동물’을 따로 규정하고 이들은 둘 이상 무리를 짓도록 해야 해. 미국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의 우수 동물원 인증제도를 통해 좋은 동물원을 칭찬하는 인증제가 활발해.

동물원이 주어진 기간 안에 허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마 교수는 “지금 당장 최대의 동물복지 기준으로 맞지 않는 동물원의 영업을 중지시키면 우리나라 동물원 대부분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어. 그러면 수만 마리의 동물이 동시에 갈 곳이 없어져서 결과적으로 동물들에게 더 큰 문제가 생기지. 마 교수는 “유예 기간 동안 개선 의지가 있는 동물원의 수준을 최소 기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어.

그럼에도 동물원이 문을 닫거나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서 살 곳이 없어진 동물이 생길 수 있잖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국립생태원 근처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보호시설을 두 곳 만들고 있어. 주 사무관은 “보호시설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는 각 지역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임시로 보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어.

이병구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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