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재료만 줄 뿐… 읽는 아이들이 작가가 되는 책을 씁니다
그림책 ‘정답이 있어야 할까’ 펴낸 맥 바넷, 韓독자들 만나
코로나 때문이었다.
2020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사는 그림책 작가 맥 바넷(41)은 코로나 확산으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소셜미디어에 공지를 올렸다. “모여 봐, 친구들. 16일 월요일 정오 라이브 방송에서 책을 읽어줄게.” 팬데믹 기간 수많은 세계 어린이를 위로한 ‘맥 바넷의 라이브 북클럽 쇼’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처음 수천명이던 시청자는 방송을 거듭하며 수만명으로 늘었고, 총 조회 수가 백만회를 오갈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시작한 한 작가의 방송이 40여 국 수천 어린이가 매일 기다리는 필수 시청 콘텐츠가 됐다”고 호평했다. 총 106회를 방송했다.
최근 한국에 온 그를 서울 강서구 한 대형 서점에서 열린 어린 독자들과의 북 토크 행사 뒤 만났다. 그는 “진정한 인터넷 바이럴의 순간, 팬데믹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바넷은 데뷔 초부터 콜더컷 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 등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작가. 방한에 맞춰 새 책 ‘정답이 있어야 할까’(주니어RHK)가 나왔고, 경기도 판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는 ‘존 클라센 & 맥 바넷’ 전시가 9월 10일까지 열린다. 미국에서도 아직 열리지 않은 작가 단독 전시가 한국에서 마련될 만큼 우리 어린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
잭 바넷이 전시의 공동 주인공인 그림 작가 존 클라센과 함께 쓰고 그린 ‘세모’ ‘네모’ ‘동그라미’ 등 모양 시리즈는 글로벌 OTT 애플tv+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 친구들(Shape Island)’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코로나 시기 집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은 왜 그의 라이브 방송을 좋아했을까. “웃긴 분장, 가짜 미소, 과장된 목소리로 책을 읽는 건 어른의 흥미를 강요하는 거죠.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솔직하게 대하면 아이들이 먼저 그 마음을 알아봐요.” 바넷은 “방송에서 제가 다섯번이나 메시지로 보내온 농담을 읽어줬던 ‘지호’와 ‘현준’ 형제를 이번에 직접 만나기도 했다”며 “북 클럽 방송은 세계의 아이들이 둘러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피운 작은 모닥불이었다”고도 했다.
새로 펴낸 책 ‘정답이 있어야 할까?’는 정답이 없는 스무 가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욕조 안 괴물에게 사과를 건네는 소녀, 커다란 풍력발전기 위에 올라간 소 같은 그림들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난다. 어린 독자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도록 북돋우는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제 책은 읽는 아이들이 작가가 돼요. 저는 재료를 주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하죠. 저는 아이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걸 정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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