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인도 ‘엘리트 교육’의 그늘… 13세 10명중 3, 4명 기초읽기 안돼

홍정수 기자 2023. 6.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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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선 입시경쟁에 사교육 과열
“상위 1%, 학교 대신 학원 가기도”
빈부-교육 격차 갈수록 더 커져
농촌 학생 기초학력 미달 심각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에서 빈부격차에 이어 교육격차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ASER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가 세계 무대 중심에 서려는 꿈을 키우고 있지만 ‘질 나쁜 교육’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인도 교육이 상위권 학생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를 배출하는 이면에는 대다수 학생들이 기초학력조차 갖추지 못하는 그늘이 있다.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인구와 경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저학력 젊은이들이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학생 2억6000만 명 상당수 기초학력 미달

인도는 인구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할 만큼 젊고 붐비는 나라다. 인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학생 수는 2억6523만 명, 각급 학교는 149만 개교에 이른다.

하지만 인도 전체 어린이의 4분의 3에 이르는 농촌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교육 현황 보고서(ASER·2022)에 따르면 기초학습 능력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학의 경우 5학년(10세) 아동 26%만이 기본적인 나눗셈을 할 수 있었다. 8학년 읽기 시험에서는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아동이 70%도 되지 않았다.

인도는 여전히 고등교육 진학률이 상당히 낮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州)의 초등학교 등록률은 95%인 반면 고등학교 등록률은 57.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인도가 교육의 양적 확장을 꾀하면서 최근 10년간 학교 시설 수준과 상급 학교 진학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성적 추이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격차도 벌어졌거나 비슷하게 유지됐다.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8학년생이 사립학교에서는 80%였지만 공립학교에서는 66%에 불과했다. 2017년 공립학교에 대한 교육당국 불시 조사에서는 교사 4분의 1가량이 결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엘리트 교육 중심, 교육-빈부 격차 극심

이코노미스트는 학력 저하의 주요 원인을 인도 특유의 엘리트 교육에서 찾았다.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인도 정부는 빠르게 근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소수 명문대, 소수 엘리트를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R) 야미니 아이야르 센터장은 인도 교육이 “줄 세우기 식”이라며 “맨 앞 두 줄만 가르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엘리트 교육의 최전선에 델리인도공대(IIT Delhi)가 있다. 1951년 설립된 IIT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수많은 인도계 엔지니어를 배출했다. IIT 입시 경쟁도 치열해 학부모들이 비싼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IIT에 재학 중인 스리카르 안켐 씨는 동아일보에 “상위 1%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입시 전문 학원에서만 생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나 등록금이 저렴한 사립학교에서의 기초교육은 교육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라지 쿠마르 씨는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극심한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 조짐은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20년 상위권 중심이던 교육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전반적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취학 전 교육 강화와 성과에 따른 교사 보상 방침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공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을 감안하면 인도의 교육 개혁이 쉽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인도 정부가 목표한 대로 제조업과 경제를 키우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엘리트가 아닌) 대다수 젊은이들”이라고 짚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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