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값 인하
생색만 내고 알짜 제품은 인상
편의점이 대신 값 동결 ‘요지경’
“올릴 땐 100원, 내릴 땐 50원인가요?”
최근 식품업체들의 라면·과자 가격 인하를 두고 뒷말이 많습니다. 가격을 내리긴 내린다고 하는데 뜯어보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인하라는 지적입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할인 폭과 할인 품목입니다. 농심의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요금 인상 때는 라면 26품목 가격을 평균 11.3% 올렸습니다. 근데 요금 인하 품목은 신라면 딱 하나입니다. 인하 폭도 인상액의 절반 정도인 50원입니다. 삼양식품도 라면 12종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고 했지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은 쏙 뺐습니다.
제과업체도 다르지 않습니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는 다음 달부터 빠다코코낫·롯샌·제크 등 과자 3종만 평균 5.9%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자사 대표 최고 인기 상품인 꼬깔콘, 빼빼로, 초코파이 얘기는 전혀 없습니다. 해태제과도 소매점 기준으로 크래커 제품 아이비 가격만 내린다고 했습니다. 허니버터칩이나 홈런볼 같은 인기 상품을 뺐습니다.
29일에는 다음 달 1일부터 인상 예정이었던 아이스크림 가격이 동결된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황당하게도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아닌 편의점들이 판매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합니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7월 1일부터 스크류바·돼지바·수박바·월드콘 같은 자사 주요 인기 아이스크림 제품의 편의점 공급가를 25%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식품업체들의 잇따른 제품 인하와 무관하게 그대로 인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자 편의점 업체들이 자사 마진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공급가 인상 부담을 떠안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 아이스크림 가격이 크게 오르면 매출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마진을 포기하고서라도 인상 부담을 떠안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면서 “판촉·마케팅 비용을 끌어 일단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금과 관련해 상품을 만든 제조업체가 아닌 중간 유통업체가 마진을 줄이는 식으로 가격 인상분을 흡수하겠다는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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