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부산 사람 정명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재'(不在)는 오늘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제목이다.
에버6과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수열 예술감독이다.
부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를 맞았다.
당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듣고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부산 관객에게 이 곡을 선보인 이유를 밝히기기도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재’(不在)는 오늘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로봇이 지휘자로 등장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이 주인공이다.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그 출발점이다.
에버6이 무대 전체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에버6과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수열 예술감독이다. 에버6과 최 감독은 따로 또 같이 무대를 꾸민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열어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지휘자가 ‘부재’하는 무대를 통해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를 곱씹어 보는 계기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창의성을 넘볼 수 없고, 지휘는 교감과 소통 조화라는 면에서 대표적인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여겨진다. 에버6도 모델이 된 지휘자의 움직임을 흠잡을 데 없이 모방하기는 하나 관현악단 단원이나 관객과의 교감과 소통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무대를 휘어잡는 지휘자 뿐만 아니라 일상의 조화를 이루는 지휘자, 즉 지도자 역할이 새삼 도드라진다.
클래식 공연을 숱하게 봐왔지만 기억이 오롯한 지휘자는 학창시절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을 이끄는 소박한 공연에서 만났다. 그는 지휘대가 아니라 연주자들 사이를 오가며 지휘봉으로 악보대를 가볍게 두드리거나 발을 굴리며 연주를 이끌었다. 부조화 속의 조화였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탄식이 터졌다. 지휘라면 국악 공연의 집박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를 맞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를 총괄할 초대 예술감독으로 정명훈 씨를 위촉한 것이다. 그는 2025년과 2026년 상반기 각각 개관 예정인 아트센터와 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을 비롯한 시즌 공연 프로그램 및 두 공연장을 대표할 음악제 구성을 총괄한다. 두 공연장은 부산을 대표할 하이엔드 문화시설이다. 그는 부산 사람이다. 2013년 5월 서울시향을 이끌고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하기 앞서 국제신문과 인터뷰하며 “부산에서 태어났고, 바다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당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듣고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부산 관객에게 이 곡을 선보인 이유를 밝히기기도 했다.
정 씨는 올해 70세다. 그가 다시 부산에서 지휘봉을 잡을지는 알 수 없으나 예술감독으로서 두 공연장을 안착시키는 건 무대에서의 지휘만큼이나 값진 일이 분명하다.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과를 바란다. 운명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