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을 덮친 제주 4·3사건 고통… “이번 장편은 당시 원혼에 바치는 공물”
이호재 기자 2023. 6.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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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영령(英靈)들이 제게 명령해서 쓴 작품입니다. 4·3사건의 원혼에게 바치는 공물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 하는 결심으로 썼습니다." 현기영 작가(82)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전 3권·창비)를 출간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꿈에서 저를 고문하는 주체가 4·3사건 영령이더군요. 영령에게 '네가 뭘 했다고 벗어나려 하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4·3사건을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그가 2009년 장편소설 '누란'(창비)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신작은 1943∼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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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신작 ‘제주…’ 현기영
“꿈속 4·3영령이 명령해 쓴 작품”
“꿈속 4·3영령이 명령해 쓴 작품”
“제주 4·3사건 영령(英靈)들이 제게 명령해서 쓴 작품입니다. 4·3사건의 원혼에게 바치는 공물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 하는 결심으로 썼습니다.”
현기영 작가(82)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전 3권·창비)를 출간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104쪽에 이르는 이 대작을 4년 동안 집필한 건 4·3사건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제주 4·3사건은 대수난이고 대참사였다”며 “고심해서 탐구하듯 쓴 작품인 만큼 독자가 작품을 천천히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 출신인 그는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버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가 1978년 발표한 중편소설 ‘순이 삼촌’은 4·3사건을 널리 알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순이 삼촌’을 발표하고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된 적 있다”며 “풀려난 뒤에도 고문당하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고 아픈 상처를 회고했다.
“꿈에서 저를 고문하는 주체가 4·3사건 영령이더군요. 영령에게 ‘네가 뭘 했다고 벗어나려 하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4·3사건을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그가 2009년 장편소설 ‘누란’(창비)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신작은 1943∼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제주 작은 해변마을에 사는 11세 소년 안창세가 4·3사건이란 광풍과 격변의 현대사를 마주하는 고통을 그렸다. 4·3사건에서 살아남은 안창세가 노인이 된 뒤 살아남은 자로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을 취해 현재도 4·3사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전했다. 이념 투쟁, 학살 등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과 함께 어린 소년의 성장과 사랑을 다뤘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4·3사건이 너무 참혹해서 젊은이의 열정, 연애, 사랑 이야기도 넣었다”며 “참혹한 참사의 이야기만 나오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 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4·3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태 의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역사 왜곡이고 지식 왜곡”이라며 “4·3사건은 무지막지한 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그제야 웃으며 답했다.
“4·3사건 이야기는 그만 써야죠. 이제부턴 나무와 자연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도시에서 시멘트로 둘러싸여 회색 공간에 살다 보니 인간이 자연의 소산임을 잊고 있잖아요.”
현기영 작가(82)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전 3권·창비)를 출간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104쪽에 이르는 이 대작을 4년 동안 집필한 건 4·3사건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제주 4·3사건은 대수난이고 대참사였다”며 “고심해서 탐구하듯 쓴 작품인 만큼 독자가 작품을 천천히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 출신인 그는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버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가 1978년 발표한 중편소설 ‘순이 삼촌’은 4·3사건을 널리 알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순이 삼촌’을 발표하고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된 적 있다”며 “풀려난 뒤에도 고문당하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고 아픈 상처를 회고했다.
“꿈에서 저를 고문하는 주체가 4·3사건 영령이더군요. 영령에게 ‘네가 뭘 했다고 벗어나려 하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4·3사건을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그가 2009년 장편소설 ‘누란’(창비)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신작은 1943∼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제주 작은 해변마을에 사는 11세 소년 안창세가 4·3사건이란 광풍과 격변의 현대사를 마주하는 고통을 그렸다. 4·3사건에서 살아남은 안창세가 노인이 된 뒤 살아남은 자로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을 취해 현재도 4·3사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전했다. 이념 투쟁, 학살 등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과 함께 어린 소년의 성장과 사랑을 다뤘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4·3사건이 너무 참혹해서 젊은이의 열정, 연애, 사랑 이야기도 넣었다”며 “참혹한 참사의 이야기만 나오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 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4·3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태 의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역사 왜곡이고 지식 왜곡”이라며 “4·3사건은 무지막지한 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그제야 웃으며 답했다.
“4·3사건 이야기는 그만 써야죠. 이제부턴 나무와 자연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도시에서 시멘트로 둘러싸여 회색 공간에 살다 보니 인간이 자연의 소산임을 잊고 있잖아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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