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대가리’에 담긴 음악가들 웃픈 일화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6.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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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못 끓이는 콩나물 대가리가 뭐 그리 대수라고!"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이 '콩나물 대가리'는 음표가 그려진 악보이다.

부산의 음악평론가 김창욱(사진)의 음악비평 에세이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를 펼치면 곧바로 콩나물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국도 못 끓이는 콩나물 대가리 외에도 저자는 음악가들의 삶과 일화, 노래와 음악문화에 대한 다채로운 단상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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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 김창욱 지음 /해피북미디어 /1만8000원

- 김창욱 음악평론가 비평 에세이
- 공연 중 실수 등 에피소드 모아

“국도 못 끓이는 콩나물 대가리가 뭐 그리 대수라고!”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이 ‘콩나물 대가리’는 음표가 그려진 악보이다.

악보와 건반.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는 부산 클래식 음악 현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의 음악평론가 김창욱(사진)의 음악비평 에세이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를 펼치면 곧바로 콩나물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에 얽힌 일화는 이렇다. 10여 년 전 일이다. 공연 직전 단원들이 무대로 향하는 순간에 악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한 악단 단장의 이야기이다.


잠깐 들렀던 공중전화부스에도 달려가 보고, 쓰레기통도 전부 다 뒤졌다. 종잇조각 하나 없다. 구원처럼 만난 청소 아줌마에게 다급히 악보의 행방을 물었더니 “콩나물 그림 말잉교?” 하고 답한다. 주섬주섬 쓰레기통에서 꺼내 든 종이 뭉치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악보였다. 단장은 악보 뭉치를 낚아채 가슴에 꼬옥 품고 무대로 달려갔다. 부리나케 뛰어가는 단장의 어깨너머로 청소 아줌마가 외친다. “국도 못 끓이는 콩나물 대가리가 뭐 그리 대수라고!”

그러게 말이다. 이 콩나물 대가리가 뭐라고, 단장은 잃어버렸다가 쓰레기통에서 찾은 악보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목이 메었을까.

국도 못 끓이는 콩나물 대가리 외에도 저자는 음악가들의 삶과 일화, 노래와 음악문화에 대한 다채로운 단상을 들려준다.


‘성악가의 실수’는 가사를 잊어먹고 노래를 멈춘 성악가의 실수를 들려준다. 위풍당당했던 성악가가 노래를 멈추자 오케스트라 반주도 멈추고 객석은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때 객석 저편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관객이 벌떡 일어나 이렇게 외쳤단다. “까불 때 알아봤다.” 이 일화는 여기서 끝난다. 그다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성악가는 상처받지 않았는지, 공연은 무사히 이어졌는지 궁금하다.

‘어느 합창단 이야기’도 재미있다. ‘아버지 합창단’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연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여느 음악회와 달리 지체 높은 분도 많이 오고, 분위기도 적잖이 경직돼 있었다. 아버지 단원들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할 때 객석에서 “앗, 우리 아버지닷!”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곱 살쯤 된 꼬마였다. 객석에서 웃음꽃이 피었고, 분위기는 누그러졌으며, 음악회는 무르익었다. 합창단원 아버지를 보고 자라난 꼬마는 훗날 음악회에 갈 때마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휘자 양반, 다리 좀 치워주시오!’ ‘인기 악기와 비인기 악기’ ‘어느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등의 글 제목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저자는 유쾌한 문장 속에 음악가의 고달픈 현실과 음악에의 사랑을 담는다. 무대 위와 아래에서 음악가들이 겪은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무대 밑 애달픈 일상과 무대 위 박수갈채 사이에서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보여준다. 그들이 사랑 하는 음악과 음악의 길이 우리 옆에 흐르고 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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