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등 발 빠른 대응…예산은 ‘삭감 뒤 부활’로 비판
- 국힘 45석 장악 민주 2석 그쳐
- 조례 발의 152건 등 성과 보여
- 사업 난맥상 짚으며 견제 역할
- 예산 심사선 市 입장 반영 많아
- ‘사전협의’ 두고 교육청과 논쟁
- 의회 만능주의 비판적 목소리
- 조직개편 등 내부 갈등도 보여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로 9대 부산시의회의 지형은 180도 달라졌다. 8대 시의회 당시 47석 중 42석을 석권했던 더불어민주당은 9대에서 지역구 0석, 비례대표 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8대 시의회에서 5석으로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던 국민의힘은 45석(지역구 42석, 비례 3석)을 쓸어 담으며 시의회를 장악했다.
오는 5일 개원 1년을 맞는 시의회는 그동안 조례발의 152건, 시정질문 45건, 5분 자유발언 172건을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본회의마다 20명이 넘는 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 중 아동 응급 의료, 청년 사업, 옥외행사 관리 등 현안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한 의정 활동도 있었다. 다만 지역구 민원 해결용이거나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거대 담론을 주제로 삼아 ‘실적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매운 시정 견제 불구 예산은 양보
지자체장과 시의회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구성되면서 시의회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가 관심사였다. 이를 의식한 듯 시의회는 처음부터 날을 세웠다. 전문성을 갖춘 구의원 혹은 보좌관 출신 초선의원이 대거 합류하면서 이전과 다른 모습도 보였다.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오페라하우스 건립 난맥상을 짚고,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규약안에 대한 심사를 한 차례 보류하는가 하면 대중교통비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중교통 혁신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공약인 ‘들락날락’ ‘15분 도시’ 사업 등에 대해 예산의 일부 혹은 전액 삭감하거나 부산시교육청의 역점 사업인 ‘아침 체인지’ 사업 예산을 깎는 등 ‘거수기’역할에 대한 우려를 다소 걷어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는 시의 입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 ‘부활’한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연말 심사한 2023년도 부산시 예산안을 보면 의료 버스 운영 사업인 ‘찾아가는 건강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은 애초 시가 올린 35억2000만 원 중 상임위가 23억2000만 원을 삭감했으나 예결위에서 11억6000만 원이 되살아나 결국 총 예산은 23억60000만 원이 됐다. ‘15분 도시’사업의 일환인 ‘하하(HAHA)센터 생활권별 조성사업’은 상임위가 28억 원 전액을 삭감했지만 예결위에서 16억8000만 원이 부활했다. ‘예산 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교육위원회가 브레이크를 걸었던 IB교육 사업도 8억5700만 원 중 6억7700만 원이 깎였다가 예결위 심사에서 모두 복구된 바 있다.
▮소통하는 의회 역할 정립해야
지난 1년 동안 시의회에서 끊이지 않았던 논란을 한마디로 하면 ‘사전 협의’다. 시의회와 시, 시교육청은 사업을 추진하기 전 협의를 했느냐 말았느냐를 두고 1년 내내 소모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의회 만능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의회의 주장은 ‘사전 협의’지만, 시나 시교육청의 시각에서는 월권 행위인 ‘사전 승인’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
BuTX사업, 대중교통 혁신안, 다자녀 가정 확대 지원, 시교육청의 아침 체인지 사업 등 역점사업마다 논란이 벌어졌다. 시의회는 “수백,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의회와 사전 협의조차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행정기관은 “우리가 왜 ‘보고’를 해야 하나”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의회와 시교육청이 IB교육 사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시의회가 조사특위까지 꾸리자 의회 안팎에서는 정형화된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의회 내부에서 소통도 막혔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의회 직원 채용, 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제각각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시의원은 “의회 출범 당시에 소통과 배려의 시의회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당과 당 혹은 의원 사이의 배려는 그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소통은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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