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캐러멜 나오자 달콤한 냄새가 확… 향기 입은 디지털 기술이 뜬다

안중현 기자 2023. 6.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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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센트테크’ 의료·환경에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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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속에서 캐러멜이 주르륵 흐른다. 그러자 옆에 설치된 아로마슈터라는 기계에서 실제로 달콤한 캐러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며 호평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선보인 기술이다. 영상과 향기를 연동시킨 이 기술을 개발한 회사는 일본 스타트업 아로마조인. 디테일이 살아 있는 냄새를 구현했다. 미국의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캠프파이어 연기, 갓 구운 빵, 불타는 고무 등의 다양한 냄새를 영상과 함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감성의 영역인 향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센트테크’(scent+tech)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크로마투스 컨설팅은 지난해 11억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였던 센트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엔 20억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데이터 분석 회사 CB인사이트는 올해 유행할 기술 11개 중 하나로 ‘냄새의 디지털화’를 꼽았다.

현재 센트테크가 활용되는 영역 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디지털 조향(調香)이다. 그동안 향수 개발은 고도로 훈련된 조향사들의 영역이었지만, 이제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한다는 얘기다. 세계 1위 향료 업체인 스위스 지보단은 ‘카르토’라는 자체 향수 제조 시스템에 AI를 접목시켰다. 이렇게 해서 조향사들이 1500개 이상의 다양한 향기 데이터베이스(DB)에서 원하는 향을 빨리 찾아내 시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브라질 화장품 2위 기업 보치카리오는 350만개의 향기 데이터베이스와 인구 통계를 결합해 인기 있는 향수를 예측하는 AI 기술을 실제 제품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출시한 향수들이 중남미에서 인기를 끌었다.

맞춤형 향수를 만드는 데도 센트테크가 이용된다. 네덜란드 AI 향수회사 에브리휴먼은 고객 설문을 바탕으로 총 46개의 향기를 조합해 향수를 만든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프레데릭 두에린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회적·문화적·사회학적 특징은 물론, 응답에 걸리는 시간과 같은 데이터까지 고려한 알고리즘이 최적의 향수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딥센트, 센트프로 같은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향료를 조합해서 원하는 향기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스마트 디퓨저를 내놨다.

의료 영역에서도 센트테크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등은 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를 분석해 암에 걸렸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앱센트 메디컬은 향기를 활용해 수면 무호흡증이나 코골이 같은 수면 장애를 완화하는 디지털 기기를 개발 중이다. 송형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 중시형 소비가 증가하면서 미래에는 센트테크가 의료·환경을 비롯해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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