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시장과 정부의 역할 점검해야
근대 이후 정부의 역할은 야경국가-행정국가-협치국가로 진화해 왔다. 시장은 완벽하지 못하다. 이론적으로 균형을 전제하지만 현실에서는 배분적 비효율과 불공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비효율적이며, 시장만큼 영민하지 못하다.
정부의 역할은 가변적이고, 역동적이다. 시민과 근접한 거리에서 정책을 시행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은 신속성까지 요구된다. 그 결과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도로써 보완하기보다는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정책이 선호된다. 제도의 변화는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 신규 재원의 투입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이 지원 형식의 사업이기 때문에 한 번 투입되면 쉽게 종료되지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 지방정부가 직면할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경제·재정 여건은 긍정적이지 않다. 세입 여건은 크게 위축될 것이고 시민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국가와 달리 양입제출(量入制出·세입을 정해 놓고 세출을 조정)의 속성을 갖는 지방재정 특성상 재정 압박은 더욱 클 것이다.
재정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지방정부의 역할 명확화를 들 수 있다. 행정국가 시절에 진행된 시장기능 대리 수행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시장을 구축(crowding-out)하는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 구축 사례는 많이 목격된다. 예를 들면 지방정부가 체육시설 등을 통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특정 소비자가 아닌 일반시민 모두에게 초점을 둔 값싼 공공 서비스의 공급은 시장을 구축시킨다. 민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역경제의 발전은 소원해지게 된다.
경기도 본청과 31개 시·군 공약 중 ‘경제’, ‘발전’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 반영돼 있다. 지역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지방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는 쉽지 않다. 시장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까지 시장이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정책으로 추진된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심오한 가치의 충돌이 아닌 지방정부의 재정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오즈번과 게블러가 1992년 ‘정부혁신의 길’을 통해 제안한 대안 중 ‘노젓기(rowing)가 아닌 방향 잡기(steering)’를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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