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곱 송이 수선화
꽃도 맵시를 제대로 뽐낼 수 있는 계절이 따로 있다. 수선화가 그렇다. 해마다 이맘때 핀다. 뉘앙스가 ‘다문화 새댁’ 같지만 말이다.
수선화는 사실 문학을 통해 우리와 가까워졌다.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윌리엄 워즈워스 시인 덕분이다. 그는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영국 중서부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방에 만발했던 이 꽃을 자주 읊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지중해 연안이 친정이다. 외떡잎식물이고 백합목과의 여러해살이 꽃이다. 관상식물이고 잎은 가늘며 길다. 잎은 늦가을에 자라기 시작한다. 해마다 이맘때 노란색 꽃이 핀다. 단아하다.
수선화 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가 그렇다. 1970년대 가수 양희은이 번안해 불러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원곡은 1960년대 미국 시애틀 출신 대학생 4명으로 결성된 포크그룹인 브러더스 포(Brothers Four)가 열창했다.
“저에게는 커다란 저택도, 아주 조그만 땅 한 뙈기도 없답니다/손에 넣어 꼬옥 쥘 만한 지폐 한 장도 없습니다/하지만 저는 수천 개 봉우리 위로 고개를 내미는/아침의 감동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그리고는 그대에게 입을 맞추고 일곱 송이 수선화도 드리겠습니다.”
그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고운 선율을 들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나라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어쿠스틱 기타에 실려 흐르는 노랫말이 김소월 식의 감성과는 또 달라서였다. 요즘 경기 광주 화담숲에 가도 만날 수 있다.
소나기가 뿌려진 뒤 갠 하늘 아래에 피어 있는 수선화 한 송이가 그립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브러더스 포는 왜 노래 제목을 한 송이가 아니라 일곱 송이로 붙였을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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