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망세는 평등의 수호신인가, 신화의 희생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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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상속세 부과가 '부의 집중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경제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진행되는 상속세제도 개편논의는 매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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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사실 최근 5년간 사망자의 97% 이상은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 중 상속세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세금을 내는 사람도 별로 없고 국가의 세수 측면에서도 중요하지 않은 세금이 바로 상속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논쟁이 뜨거운 것일까. 그것은 상속세를 평등이라는 이념의 수호신처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 헌법은 평등을 중요한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국가로 하여금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도록 한다(헌법 제119조 제2항). 상속세의 존재이유 역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데 있다(96헌가19). 그런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말 국민의 경제적 평등에 기여하는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상속세가 없었다. 상속세가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이다. 일본이 조선땅에서 상속세를 부과한 이유는 경제적 평등의 실현과 거리가 멀었다. 해방 이후 1950년 상속세법이 제정되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90%로 정했다. 세원포착이 어려워 상속시 한꺼번에 세금을 걷고자 세율을 90%로 정했다고 하지만 사실 재산의 몰수에 가까운 세율이다. 이후 상속세 최고세율은 75%와 30% 사이에서 널뛰기하다 2000년부터는 50%가 적용된다. 상속세 도입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상속세는 '경제적 균등'보다 '부의 세습방지와 집중완화'에 더 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도입목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속세가 평등이라는 사회적 선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상속세 찬성론자들은 상속세가 '결과적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출발선의 평등'에는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속세 과세로 불평등이 해소됐다는 연구결과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불평등 해소에 순기능을 한다면 사회복지에 누구보다 진심인 서유럽국가들은 왜 앞다퉈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을까. 상속세가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상속세 부과가 '부의 집중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경제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진행되는 상속세제도 개편논의는 매우 의미가 있다. 최소한 상속세 반대론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비판은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죽은 사람의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과세방식이다. 사람의 죽음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사망세(death tax)로도 불린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면 산 사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돼 최소한 이중과세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에만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공평과세에도 좀 더 가까워진다.
그러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경제적 균등'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왕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경제적 균등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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