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가전략기술 R&D 조세지원을 강화하자
기업이 지출한 R&D(연구·개발)비의 일정 비율을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R&D 조세지원 제도는 기업의 수요가 높은 R&D 지원정책 수단이다. 또한 오랜 학술적 검증을 통해 대체적으로 기업의 R&D 투자를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최근 주요국들은 기업의 R&D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공제한도 및 대상기술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R&D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술패권경쟁에 대응한다. 미국은 반도체분야 제조설비 및 장비투자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세액공제 항목을 신설했다. 중국은 집적회로 설계 및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첫해부터 최장 10년까지 기업 소득세를 면제하고 이후에는 정상세율 대비 50% 수준으로 소득세를 징수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일본도 기업의 R&D 세액공제 한도를 상향했고 5G,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분야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항목을 신설했다.
우리 정부도 2010년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국가성장동력 확보와 연관된 분야의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왔으나 주요국 대비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요국은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기업 R&D 세액공제를 확대한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R&D 투자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대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율을 축소해 오히려 대기업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R&D 조세지원율은 OECD 37개국 중 14위였으나 대기업 R&D 조세지원율은 31위에 불과했다. 대기업 R&D 조세지원율은 2%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7%에 한참 못 미쳤고 중소기업-대기업간 R&D 조세지원율 차이는 24%포인트로 OECD 회원국 중 2위였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기술패권경쟁 대응과 첨단기술 기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했고, 2022년에는 'K칩스법' 제정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전기차·자율주행차 6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상향하는 등 파격적인 기업 R&D 조세지원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6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한해서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모두 주요국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지원분야가 한정적이고 상향된 공제율의 일정부분은 한시적이라는 점이 여전히 아쉽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기에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 따라서 6대 분야에 한정해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현재 구조는 기술패권경쟁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상향된 6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R&D 세액공제율 중 최대 10%포인트는 2023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투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인데 이를 제외하면 주요국과의 세액공제율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국과 대만은 반도체기업의 R&D 투자에 대해 25% 내외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중국은 분야와 상관없이 기업 R&D비의 75%를 추가공제하고 제조업은 100%의 추가공제율을 적용한다.
주요국들이 세수감소를 무릅쓰고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들불처럼 번지는 기업의 R&D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출현할 창발적 혁신만이 기술패권경쟁 시대를 대비할 든든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대상 분야를 확대하고 세액공제율을 상향해 기업 R&D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때다. 그러면 기업들은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R&D 투자를 늘리고 기술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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