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대학 입시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제동…6대 3 위헌 판결(종합)

김예슬 기자 2023. 6. 3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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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종 아닌 개인적 경험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인종 정의를 향한 우리나라의 행진에 거대한 장애물"
미국 연방 대법원.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흑인 및 라틴계 등 소수 인종에 대한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제동을 걸었다.

60여년간 유지된 우대정책이 부정당한 만큼 대입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대법원은 이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각각 6 대 3, 6 대 2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하버드 출신인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이해충돌 문제로 하버드대 관련 판결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6대3의 동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고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들이 유리해져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학에 차별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SAF는 지난 2014년 "공립 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 인종 중립적이지 않은 입학 정책을 채택한 것이 미국 수정 헌법 제 14조에 따른 법의 평등한 보호 보장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하버드가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 피부색 또는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당초 보수 우위인 현행 대법원이 1·2심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대법관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양분된 상태다. 또 백인 남성 4명, 백인 여성 2명, 흑인 남성 1명, 흑인 여성 1명, 라틴계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생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대학들이 너무 오랫동안 정반대의 일을 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개인 정체성의 시금석이 최고의 도전, 축적된 기술 또는 배운 교훈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 헌법의 역사는 그러한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는 "평등한 교육 기회는 우리나라에서 인종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오늘 이 법원은 수십 년의 선례와 중대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1960년대 시작됐는데, 21세기 들어 이 '우대' 대상에 들지 못하는 인종 출신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학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총장은 성명을 통해 "캐롤라이나는 다양한 관점과 삶의 경험을 가진 재능 있는 학생들을 모으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대법원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법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 래드클리프 아시아계 미국인 협회의 공동회장인 첼시왕과 카일란 테이텀은 "이로 인해 하버드의 흑인, 라틴계, 원주민 등 학생의 절반이 손실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승리가 아니라 저소득 아시아계 미국인을 포함해 지역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끼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노바이에서 열린 오클랜드 카운티 공화당 링컨 데이 디너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6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이것은 모두가 기다리고 바라고 있던 판결이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그것은 또한 우리를 다른 세계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오늘 결정으로 미국에 좋은 날이 찾아왔다"고 적었으며, 공화당 소속의 하원 교육 및 인력 위원회 의장인 버지니아 폭스 하원의원은 "이 승리를 환영한다"며 "학계의 상아탑은 피부색으로 선호도를 나누고 편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법원이 인종 할당제와 정부가 승인한 인종차별에 대한 길고 실패한 실험을 끝냈다"며 "그 과정에서 대학 입학 절차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판결은 인종 정의를 향한 우리나라의 행진에 거대한 장애물"이라며 "유색인종 학생들은 내년 입학 시기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같은 대학에 다닐 기회가 부모나 형제자매보다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전국의 대학이 입학 제도를 재검토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결정은 고용주가 채용 시 인종을 고려하는 방식을 재고하도록 할 수 있으며, 소수 민족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를 좁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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