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역사전쟁 희생자 명예회복, 정부가 적극 나서야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언론인이며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을 사물의 모순과 상극관계에서 파악했다. 이러한 모순과 투쟁 관계가 역사로서 채취되기 위해서는 시간적 상속성과 공간적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채호식 역사철학에 입각해볼 때 근대사에서 아와 비아의 투쟁, 즉 모순과 상극관계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항일독립운동과 6·25전쟁을 꼽을 수 있다. 항일독립운동은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주의와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며, 6·25전쟁은 민주자유진영과 공산독제진영 간에 발생한 모순과 상극의 역사투쟁이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과 상극으로 원치도 않는 6·25전쟁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다. 이들에 대한 진실규명, 명예회복과 그 예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6·25전쟁은 올해로 73주년을 맞았으며, 군번 없는 무명용사로 참전해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슬픈 기억을 갖고 있는 자식들이 아직도 많다. 민간인 신분으로 공산주의(비아)에 항거하다 산화한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반공투사, 군번 없는 무명용사, 대한청년단, 노무자, 우익인사, 피학살자 등이다. 이들 무고한 생명이 아와 비아의 모순과 상극의 역사투쟁에서 희생된 것이다.
6·25전쟁 당시 군번 있는 군인, 즉 신분이 확실했던 참전군인의 경우 국가가 주관(국방부, 국가보훈부)해서 사망을 확인해 예우해 주고 있다. 주검이 확인되지 않은 참전군인의 경우 현재 기록과 유해발굴로 유전자 대조를 통해 신분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참전군인 유해 발굴 유전자 대조는 지난해부터 참전 민간인으로 확대됐다. 심지어 적군인 경우도 절차에 따라 주검을 송환해 주고 있다.
하지만 신분이 확실치 않은 민간인 희생자는 그 가족들이 나서서 직접 희생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전문 지식은 물론 절차와 방법 등을 잘 알지 못한다. 설령 절차와 방법을 잘 안다고 할지라도 당시 상황을 인우보증해 줄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아예 없다. 6·25전쟁이 올해로 벌써 73주년을 맞아 당시 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민간인들을 확인해 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들 가족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 나서서 풀어 나가야 한다. 이념의 모순과 상극관계의 역사전쟁에 참전해 주검이 된 희생에, 한명의 억울한 민간인 희생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민간인 참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합당한 예우를 위해 이제 정부주도의 상설기관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보훈처의 부 승격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대한 공개 서명식을 주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누리는 눈부신 번영은 호국영웅들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수호한 결과”라며 “국가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문화의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호국영웅들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책임 있게 예우할 것”이라며 “호국 영웅들이 온몸으로 지켰던 자유의 정신을 더욱 소중하게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6·25전쟁 등 모순의 투쟁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대립적인 상극관계를 상생적인 화해의 관계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역사투쟁에 참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 한명도 빠짐없이 명예회복과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도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몫이다.
역사는 애국심의 원천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도 여왕’ 장미란, 문체부 2차관 깜짝 발탁
- 박지현 “황의조, 성희롱 2차 가해 시달려…SNS 피해물 보이는대로 신고할 것”
- ‘삼척~포항 55분’ 동해선 내년 개통 속도
- 원주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 불법 영업 재개 조짐에 칼 빼들었다
- 삼척 장호항 앞바다서 밍크고래 혼획…2200만원에 팔려
- 합참, 공포탄 발사해 민통선 무단통과 저지한 초병 포상휴가 검토
- 윤 대통령 춘천 온 날 천공도 포착…“춘천 기 다스리러 왔다”
- 강릉 주문진 앞바다서 160㎏ 초대형 참치 잡혀
- 설악산서 천종삼 8뿌리 캐 화제… “모삼 2뿌리 85년 추정” 가격은?
- 방탄소년단 뷔가 꼽은 막국수집 원픽은 원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