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완전히 새로운 2028학년도 수능

2023. 6. 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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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 날로 가중
응시영역·평가체제 등 전면 개편을
대통령이 시작했고 교육부가 수습하다가 말이 꼬여버린 수능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 되었고, 국민에게 쉬운 수능으로 전달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으며, 교육부 국장 경질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교육부는 수능 변별력을 유지한다고 급히 수습했지만 그렇게 되면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나오지 않으니 올해 수능은 조금 쉬워지지만 그래도 변별력은 충분하다’는 정도로 말하고 끝냈으면 논란이 불거질 일이 없다. 지난 26일 교육부가 킬러문항을 공개하고 연초부터 준비했다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재탕에 삼탕인 대책이라서 아무도 사교육비가 줄어들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이 무엇인지도 규정하지 못했다. 오답률이 매우 높은 어려운 문항인지 아니면 학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문항인지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무엇이 킬러문항인지도 모르고 킬러문항이라고 공개하니 어떻게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김경범 서울대 교수 스페인문학
킬러문항 배제는 최상위권 학생에게만 영향을 주지만, 무엇이 킬러문항인지 모르는 상황은 모든 수험생에게 파급되어 불안감을 키운다. 정부가 설명하지 못하니,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번 수능 논란을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수능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발표된 새 교육과정이 적용될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문항, 응시 영역, 응시 시간, 채점, 평가체제, 운영체제 등 모든 걸 백지에서 새롭게 디자인해 보자.

현 수능의 정체성은 단지 점수를 만들어 한 줄 세우는 시험이다.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은 학생이 미래를 살아갈 역량과 능력과 태도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문제를 1분 남짓 시간에 풀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무지막지한 양의 문제집을 반복적으로 풀어서 정답을 찾는 기술과 감각을 익혀야 한다. 사교육비도 문제지만, 그 많은 돈을 쓰고도 정작 학생은 수능이 끝나면 어디에도 쓸 곳이 없는 불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 수능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수능이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수능의 전제는 수시 폐지와 새로운 정시모집 설계라는 대입 체제 개편이다. 왜냐하면 수시, 정시가 분리된 현실은 수능에 과도한 변별력을 요구하며 학생들을 수능 문제 풀이에 매진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능의 목표는 학생이 미래를 살아갈 능력과 자질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개혁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수능을 고려해 볼 수 있을까. 첫째, 수능 응시 영역을 수학, 과학, 인문이라는 3개 영역으로 축소한다. 수학과 과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일반선택까지 출제하고, 새로운 인문 영역은 국어, 사회 등 다른 과목을 포괄한다. 영어와 한국사는 수능에서 배제하고 공인 인증시험으로 대체하고 원하는 대학은 지원 최소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후 언제든지 여러 번 영어와 한국사 공인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둘째, 인문 영역은 논·서술형 문항으로 출제하여 절대평가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과목부터 내신 논·서술형 평가를 시행하고 각 교육청은 내신 논·서울형 평가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교사를 새로운 평가 방식에 익숙한 전문가로 양성한다. 수능 인문 영역은 각 교육청의 내신 논·서술형 평가 지원센터에서 고교 교사가 교차 평가한다. 지역을 교차하여 서울 학생의 답안은 경기도 센터에서 채점한다. 수학과 과학은 선다형 평가를 유지하고 인문 영역처럼 절대평가를 한다. 최상위권 대학과 의약 계열은 수능만으로 변별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학생부와 수능을 활용한 새로운 종합평가 방식으로 1단계 선발을 하고 2단계에서 면접을 추가한다면 대학은 합불을 결정할 수 있고 전형 기간도 부족하지 않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얼마든지 실행 가능하고, 이 결심으로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 스페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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