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공직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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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서 22년 넘게 근무하다가 퇴직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먹고사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워서 좋아요." "뭐가 제일 좋은데요?"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요. 공직에 있을 때는 세상 돌아가는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두고 신경 써야 했는데, 이제는 내 일에만 신경 쓰면 되니까 머리가 좀 맑아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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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니까 어때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먹고사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워서 좋아요.” “뭐가 제일 좋은데요?”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요. 공직에 있을 때는 세상 돌아가는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두고 신경 써야 했는데, 이제는 내 일에만 신경 쓰면 되니까 머리가 좀 맑아진 것 같아요.”
이렇게 답을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질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보충질의가 이어지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혹시 다시 공직 제의가 오거나 공직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그 말에 저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더 이상 공직생활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 이 생활이 좋거든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런 문답이 오가다 보니 슬며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공직생활을 은근히 권유하는 이유가 뭐지?’ 제가 내린 결론은 ‘공직생활이 가지는 명예나 권력 같은 것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공직을 갑(甲)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공직자가 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갑이 아닌 을(乙)이 되는 일입니다. 모든 민원인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조그마한 다툼에도 양보를 해야 합니다. 또 아주 작은 일이라도 구설에 오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요. 나의 잘못이 아닌 조직이나 구성원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상의 지위가 단순히 선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공직에서 물러난 후 그런 부담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다른 사람에 대해 봉사하는 게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제 의지에 따라 행복을 나누어주고 행복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퇴직한 후 오히려 을이 아닌 갑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생각이 저만의 느낌일까요?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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