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국회의사당역에서 불법 노숙 집회…9호선 “법적 대응 검토 중”
30일 출근길엔 국회의사당역 선전전
9호선 “법적 대응 검토 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불법 노숙을 시작했다. 전장연은 30일까지 1박2일 집회를 예고했는데, 노숙 장소로 지하철역을 택했다. 전장연은 평일 퇴근길에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했고, 도심에선 차량정체가 빚어졌다.
전장연은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국회대로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 등을 요구하는 ‘1박2일 전동행진’을 열었다. 이들은 오후 5시쯤부터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역, 공덕역, 애오개역까지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약 5.1km를 행진했다. 행진이 진행 중이던 오후 6시 기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마포대교 남단의 차량 평균 통행 속도는 12km/h였다. 같은 시각 서울시 전체의 차량 평균 통행 속도는 18km/h였는데, 폭우에 행진이 겹쳐 시속 10km/h 안팎으로 정체가 빚어진 것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는 시간당 최대 38.5mm의 비가 내렸지만, 이들은 “폭우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계획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장소 인근에 천막을 설치해 비를 피하거나 전동 휠체어 위로 비옷을 덮은 집회 참여자도 있었다. 전장연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장애인들이 삶을 빼앗기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장애인 지원 약속은 점점 얄팍해지고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유발 행사만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동정은 집어치워라”라고 했다.
행진을 마치고 여의도로 돌아온 전장연은 오후 8시 30분쯤부터 야간 문화제를 진행했다. 오후 10시부터는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사 내 바닥에 돗자리와 침낭을 깐 채 약 100명의 참여자가 불법 노숙을 시작했다. 전장연은 노숙 시작 전부터 역사 내에 배식대를 설치하고 도시락을 나눠주기도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채 삼삼오오 모여 저녁을 먹었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전장연의 불법 노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경찰과 전장연이 노숙 장소를 타협하는 과정에서 전장연 관계자는 경찰에게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하라는 거냐”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8시부터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50여 일째 국회의사당역에 현수막, 텐트 등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여객운송 약관과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 내 노숙 행위는 불법”이라며 “지하철 이용객 민원도 잇따르고 있어 전장연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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