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재도 다급한데…‘의대블랙홀’ 심화에 반수·재수 늘어날 것
“정부가 이공계 학과 지원과 처우 개선 등 나서야” 지적
교육계에선 국민들의 건강권과 의료정책적 측면에서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의대로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의대 블랙홀’ 현상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대학별 증원 규모를 감안할 경우 학생들 입장에선 정원 확대에 대한 체감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느 대학에 어떻게 늘리느냐가 핵심으로 증가하는 정원 규모가 500명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한 대학에 4개 입시 전형에 배분되면 전형당 3~4명 정도 증가하는 것”이라며 “국립대로 주로 배분될지 아니면 사립대 쪽으로 인원이 증가할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의대 정원 확대가 의대 쏠림을 더욱 부추길 우려는 여전하다.
의대 진학 수요가 계속 늘고, 합격선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면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의대 합격 점수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대의 학생들 의대에 지원하는 상황이 입시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서울대 이공계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의대 쪽으로 빠진 상황으로 서울대 이공계 합격 점수 자체가 지방대 의대 점수보다 낮은 분포를 보인다”며 “연고대와 비교를 해보더라도 서울대 순수 이공계 학생의 합격 점수 분포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이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전체 학생들이 점점 더 의대 쪽으로 쏠리는 경향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일단 모집 정원이 더 늘면서 일반적으로 연고대 이공계에 갈 정도의 점수대의 학생들도 의대로 한번쯤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을 차차 늘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한번에 늘릴 경우에는 많은 재수생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했던 사람들마저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인력이 가야 하는데 한 쪽으로만 쏠릴 경우에는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대 선호는 너무 과도한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이공계에 더 나은 근무 여건을 만든다고 노력하곤 있지만, 그렇게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최근 의대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지난 5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과 희망 학생 중 의학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 초등학생의 경우 52.3%, 중학생은 47.0%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은 의학계열 중에 특히 의대 진학을 희망했는데 초등학생(69.3%), 중학생(65.0%) 등으로 약대, 치의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이공계 특성화 학과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대표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정이라든지 첨단학과 신설 등 정부 정책 이공계 육성 정책이 잘 발표되곤 있지만, 처우나 혜택 등을 더 개선시켜줘야만 의대를 진학하는 학생들을 이공계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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