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태 정형외과 '의료산업 허브'로 발돋움해야"
"한국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정형외과 의료산업 박람회를 개최하는 나라로 발돋움했으면 합니다. 국제적 대규모 행사 개최는 한국 의료계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산업계의 비약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깨 관절 치료 전문가인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이봉근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의료계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국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연구 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야와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오는 6월 30일~7월 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학회 수부·상지분과 창립총회·국제 학술대회'(APOA HULS 2023)의 원활한 개최를 준비하고 감독해 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들과 함께 하는 이번 학회가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는 시발점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게 그의 각오다.
◆ 수준 높은 한국 의료계, 국제학회 통해 잠재력 발휘하길
이 교수는 올해 창립기념 총회를 여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 수부상지학회'(APOA HULS)가 '개방과 포용'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모이는 의료진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질 때 세계 기업들과의 협력 및 교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의료진 사이의 활발한 교류는 의료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학회를 계기로 국외 의료진들의 한국 연수 확대를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내 연수를 받은 외국의 의료진들은 이른바 '친한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변화는 그들 앞에 놓인 여러 선택의 순간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국내 약품과 의료제품, 의료기기를 생산 업체들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산업계는 각종 수술기구와 부품 등 소모품, 의료기기 제조실력이 뛰어나지만, 작은 내수시장 탓에 성장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학술대회는 단순한 학문 교류의 장을 넘어서 의료 산업 홍보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서 국내외 의료기구와 의료제품을 홍보하는 대규모 국제 박람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APOA 수부상지학회는 이런 비전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도 몇 곳의 중국 기업이 함께 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직접 홍보하기 위해 학회에 참여하는 건 흔하지 않은 사례인데, 그만큼 이번 학술대회의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이 교수가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몸소 느낀 계기는 2014년 한양대의료원 의료봉사팀을 이끌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두 차례 다녀온 진료 봉사다. 의료 봉사 자체도 의미가 깊었지만, 다양한 교류를 통해 현지의 의료 시스템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당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를 비롯해 다양한 학회에서 총무 직책을 맡아왔던 그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APOA 수부상지학회의 총무역인 재무위원장으로 합류한 것 역시 이러한 경험과 믿음 덕분이다.
[관련기사=APOA 수부상지학회, 'K-메디 시대' 마중물 역할…국제연대 끌어낼 것(https://kormedi.com/1586834/apoahuls1/) · 3D 금속 프린팅 기술로 환자 맞춤형 치료 이끈다(https://kormedi.com/1598610/) · 급변하는 중국 의료계 … 배움 필요한 시기, APOA는 귀한 기회(https://kormedi.com/1594081/)]
◆ 경험이라는 '미덕', 의사에겐 '공감력'의 원천
어깨 전문가이지만 이 교수의 이력은 남다르다. 약 15년 전 이 교수는 수부(손) 분야를 세부전공으로 1년간의 수련(펠로우십)을 마쳐가던 즈음, 은사인 한양대병원 이광현 교수의 권유로 당시 경희대병원 이용걸 교수(현 명지병원)를 찾아 세부전공 수련을 다시 진행했다. 어깨 수술은 정형외과에서 비교적 늦게 발달한 영역인 탓에 당시만 해도 대학병원에 어깨 전공자가 없는 이 많았다. 이번 APOA HULS 2023 기조 강연자로 초청된 이용걸 교수는 국내 어깨(견관절) 치료 1세대다.
이후 2010년 한양대병원 정형외과의 '1호' 어깨 전문 임상교수로 부임했다. 당시엔 보기 드물게 펠로우십을 2번이나 받은 의사였다. 수련 당시에는 국내에선 어깨 수술이 도입 단계였던 데다 출신 학교와 병원에서 '최초'라는 두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2번의 수련 경험 덕분인지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어깨와 손의 치료를 비교해 보면, 손은 '섬세함'이 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손은 작지만 수많은 뼈와 관절, 인대, 건 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부위기 때문입니다. 이런 탓에 손 수술은 관절경 수술기법이 아직 발전 과정에 있고,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수술이 큰 영역을 차지합다.
반면, 어깨는 이제 70~80%를 관절경 수술로 해결할 정도죠. 한양대 병원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특화된 병원으로 희귀질환임에도 제가 진료하는 환자의 20% 정도가 류마티스 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관절과 뼈의 손상이 심해서 관절경으로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의 어깨 수술과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 잠시나마 수부 수술을 수련했던 터라 어려운 수술이라도 겁이 덜 나긴 합니다."
실제 한양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류마티스 관절염만을 전담하는 '한양대류마티스병원'을 설립했다. 초기부터 함께한 이 교수는 국내에선 흔하지 않은 어깨 류마티스 관절염 전문가로 손꼽힌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신 질환이긴 하지만, 어깨 관절까지 손상된 환자는 흔치 않다. 다만 이들의 고통과 손상의 정도는 매우 크다. 이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은 이 교수의 주특기인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기도 하다. 과거 펠로우십 시절 이용걸 교수로부터 배웠던 수술이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친절히 치료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의 통증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병원 내에서는 '설명 잘하고 친절한 의사'로 수차례 선정됐다.
원내뿐만 아니라 원외에서도 이 교수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학회와 모임에서 총무나 간사를 맡은 횟수만 6번이다. 스스로 '일 시키기 좋게 생긴 의사'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세부전공과 진료과의 주요 학술 모임인 대한견주관절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에 이르기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이전에도 국제 학술대회 운영 경험을 가진 이 교수는 이번 2023 APOA HULS가 참여자 모두에게 강하고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갓 창립한 학회이지만,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개최 장소를 코엑스로 결정한 것 역시 이 같은 효과를 위해서다.
이 교수는 "이번 학회의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알리면서 기업과 기관들의 원활한 후원과 이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간 학술대회에 기여하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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