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조건’ 5가지에 외국 국적은 없다
최다 출자·최고 직위·지배력 등 종합 검토…경영 불확실성 해소 취지
‘총수 논란’ 김범석 쿠팡 의장 경우 같은 ‘외국인’은 지정 회피 한계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명문화된 기준을 제정해 총수 지정 관련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제정안은 일반 원칙을 명문화한 수준에 그쳐 외국인 총수 지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다음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에서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총수를 판단하는 기준 5가지를 제시했다. 판단 기준 5가지는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이다.
공정위는 5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수를 지정하되 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없으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하도록 했다. 예컨대 2019년 한진그룹의 총수는 조원태 회장으로 바뀌었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한진그룹 최상단 기업)의 지분은 2.32%에 그친다. 한진칼의 최다 출자자는 KCGI로 14.98%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는 아니지만 한진칼·대한항공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해 주요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대외적으로도 조 회장을 총수로 인식하고 있다. 최다출자자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제정안은 기존 총수가 사망하거나 의식불명,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등으로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총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총수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고, 기업집단이 공정위의 총수 지정 판단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제정안으로 총수 지정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등 지배력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에 마련한 기준만으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외국인 총수 지정 문제도 통상 마찰을 이유로 여전히 풀지 못했다. 쿠팡은 김범석 쿠팡 의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김 의장이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될 요건을 충족했다면서도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 마련은 통상 마찰 이슈가 정리된 후에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 이슈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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