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족에 떨어진 불호령 아스파탐 발암?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IARC가 다음달 14일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스파탐은 1965년 발견됐으나 최근 설탕의 대체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명 ‘제로’가 붙는 무설탕 음료, 무설탕 캔디와 껌 등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 위험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IARC는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으로 분류·평가한다. 아스파탐이 들어갈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이 분류에 따라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cacinogenic to humans) 물질로, 담배와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등이 해당한다. 그 바로 아래인 2A군은 ‘발암 추정’(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물질로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우레탄 등이다.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에 대해서는 WHO 산하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IARC와 같은 날 발표할 예정이다. JECFA 역시 올해부터 아스파탐을 평가해왔다.
이를 두고 별도 기관인 IARC와 JECFA가 각각 입장을 내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JECFA는 아스파탐을 일일 허용 한도 내에서 섭취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1981년부터 밝혀왔다. 체중 60㎏ 성인이라면 매일 다이어트 콜라 12~36캔은 먹어도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IARC가 아스파탐을 2B군 물질로 지정하고 나면 여파가 크게 일 수도 있다.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감미료협회(ISA) 프랜시스 헌트-우드 사무총장은 “IARC는 식품 안전기구가 아니며 IARC의 아스파탐 평가는 과학적으로 포괄적이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아스파탐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왔으나, 아스파탐의 암 유발 가능성을 증명하진 못했다. 펩시콜라는 2015년 탄산음료에서 아스파탐을 뺐고, 1년 후 다시 추가했지만 2020년 다시 제외했다. IARC와 가까운 소식통은 아스파탐을 2B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는 것은 더 많은 연구를 촉진하고 소비자와 관련 기관, 제조사들이 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결정이 전반적인 감미료의 안전성뿐 아니라 IARC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WHO는 인공감미료가 체중조절에 장기적 효과가 없고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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