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년 역사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유주 디즈니, 기자 전원 해고

향후 프리랜서 체제 운영
“인쇄 매체 쇠퇴 보여줘”

135년 역사의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소속 기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한때 미국 내 구독자만 1200만명에 달했던 다큐멘터리 교양 부문의 권위 있는 월간지로, 현재도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 중 하나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소유주인 월트디즈니는 최근 지난 4월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편집자 19명을 포함해 기자 직군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앞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모든 기사는 프리랜서 작가와의 계약을 통해 생산된다. 이 잡지의 환경 기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크레이그 웰치는 이날 트위터에 7월호 표지 사진을 올리며 “마지막 작품이 방금 도착했다”고 썼다. 그는 “회사가 모든 기자를 해고했다”며 “훌륭한 언론인들과 함께 세계의 중요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정리해고는 2015년 이 매체가 21세기폭스에 인수된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현 소유주인 디즈니는 지난해 9월에도 편집 부문 조직개편을 진행해 6명의 베테랑 편집자를 내보냈다. 이와 함께 디즈니는 내년부터 잡지의 가판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잡지의 핵심인 사진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사진작가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몇달을 취재할 수 있도록 했던 계약 내용을 최근 변경했다. WP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과 기사는 수개월에 걸친 연구와 취재의 산물”이라며 “광속의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이 잡지는 ‘장인의 손길’을 거친 결과물로 남아 있었지만, 현재 궤적은 인쇄 매체의 시대적 쇠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구의 일기장’으로 불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을 비롯한 33명의 과학자가 1888년 설립한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로 출발해 생태와 과학, 인류, 문화, 고고학, 우주까지 아우르는 사진 중심의 종합 교양지로 성장했다. 2000년 1월에는 한국어판도 발행됐다.

노란색 프레임으로 상징되는 잡지의 표지 사진은 포토 저널리즘을 세계적으로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잡지 시장의 침체에도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구독자가 18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디지털 뉴스의 부상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이 잡지도 경영난을 피하지 못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번 정리해고와 관련해 “인사 변경이 월간지를 계속 발행하려는 회사의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다양한 플랫폼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