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100㎜ 더 퍼붓는다... 6일만에 ‘한달치 장맛비’

장맛비가 쏟아진 27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 사거리 주변 도로 일부가 폭우로 잠겨 있다. /독자제공/뉴시스

29일 중부 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장마전선이 빠르게 남하(南下)해 30일까지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 집중호우가 내리겠다고 기상청이 29일 예보했다. 이달 25일 시작한 장마는 호남권의 경우 엿새 만에 2020년 장마철 한 달간 내린 강수량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많은 장맛비 이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번 장마전선은 다음 달 초까지 남부 지방과 제주도 부근에 머무를 예정이라 강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29일 한반도에 상륙한 장마전선이 남해안 쪽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부터 30일까지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 100~250㎜의 비를 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호남권 전역과 경상, 충청권 대부분 등에 호우 특보가 발효됐다. 호남권은 지난 27일 남해상으로 빠져나가던 비구름대가 갑자기 덩치를 키우면서 비 피해를 봤다. 25~28일 호남권에만 200㎜ 이상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 -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거센 빗줄기가 쏟아진 29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로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한반도에 상륙한 장마전선이 남해안 쪽으로 이동해 30일까지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100~250㎜의 비를 뿌리겠다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이번 장마전선의 영향도 호남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비를 많이 머금은 땅에 100㎜ 이상의 비가 또 내리면 약해진 지반이 붕괴할 수 있다. 강이 정비되지 않은 섬진강에선 2020년 장마철 많은 비가 내렸고, 이후 집중호우가 다시 찾아오면서 수해(水害)가 발생했다. 정부가 수해 피해자에게 1102억원을 보상했다. 환경부는 “호남권 댐과 보 수위를 기상청이 전망한 최대 강수량에 맞게 미리 조절하는 등 홍수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에 온 장마전선은 비구름대가 짧은 시간 급격히 커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27일 남해상으로 빠져나가던 장마전선은 경남·전남을 통과하며 갑자기 몸집을 키우면서 밤늦게 호우특보를 발령하게 만들었다. 29일 중부 지방에 상륙한 이번 장마전선은 수도권의 경우 밤 시간대로 갈수록 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오후부터 서해상으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들어오면서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 서쪽을 중심으로 밤늦게까지 강한 비가 내렸다.

그래픽=양진경

이번 장마로 남부 지방에선 빗줄기가 강해지고 강수량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권 강수량이 심상치 않다. 2020년 섬진강의 장마철(6월 23일~7월 23일) 강수량에 버금가는 비가 최근 엿새 만에 이 지역에 쏟아졌다. 당시 호남권에선 영산강에도 비슷한 양의 비가 내렸지만 비 피해는 강이 정비되지 않은 섬진강에 집중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당시 섬진강에 내린 비는 총 347.29㎜였다. 이달 25~28일까지 나흘간 내린 비는 총 210.68㎜다. 29~30일 호남권에 예고된 최대 250㎜의 비가 내리면 2020년 강수량을 넘어선다. 이번 장마전선은 다음 달 5일까지 남부 지방 부근에 머물며 계속 장맛비를 뿌릴 것으로 보여 총강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는 홍수 방지를 위해 섬진강과 영산강 주요 지점의 수위를 9.7m까지 낮춘 상태다. 섬진강 유역인 전남 구례군 구례교의 경우 물이 넘치는 수위가 7m인데 현재 2.74m까지 낮춰 물을 담을 공간을 미리 확보했다. 호남과 영남권의 댐과 보, 하굿둑을 연계해 ‘물 그릇’도 키워놓은 상황이다.

폭우에 잠긴 태안 시내 - 29일 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태안군 태안읍의 도로가 빗물에 잠겨 있다. 이날 태안에는 오후 4시 기준 99.5㎜의 비가 내렸다. /연합뉴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 돼 평년 한 달 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는 점이 비 피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집중호우에 취약한 농촌에선 예비 호우특보가 발령됐을 때 미리 배수로를 정비하고, 일단 호우특보가 발령되면 논둑이나 물꼬를 점검할 때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 한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또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똑바로 서 있던 나무가 기울어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산울림이나 땅울림이 들리면 산사태가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다.

도심에선 반지하 주택, 지하 주차장 등 지하 공간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 출입문 바깥의 물 높이가 어른 무릎 높이인 50㎝ 정도까지만 올라와도 혼자 문을 열기 어렵다. 지하 주차장은 빗물이 유입되고 5~10분쯤 지나면 천장까지 수위가 금세 올라가기 때문에 출입을 피해야 한다.

이번 장맛비는 다음 달 6일에야 그칠 것으로 보인다. 3일까지는 전남·경남권과 제주도에, 4~5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다. 6일부터 우리나라는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주말까지는 비가 잠시 쉬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동이 심한 상황이라 장마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