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 과로에 폭행‥외국인 가사노동자 인권 실태

남효정 2023. 6. 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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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어제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이들이 홍콩인들의 가사와 육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의료와 보험, 주거, 언어 환경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았는데요.

오늘은 노동 현장 뒤에 숨겨진 이들의 아픈 현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홍콩의 일요일.

휴일을 즐기러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심 한가운데, 낯선 풍경이 보입니다.

자기 몸만큼이나 큰 상자에 열심히 무언가를 담고 있는 사람들.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택배를 싸고 있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입니다.

[엘리자벳/가사노동자] "이거. <국수네요. 한국 거예요.>" "이것도. <이거 좋아하세요?> 네" "<딸도 이거 좋아해요?> 네"

자신은 길거리에 선 채 값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우리 돈으로 10만 원 정도인 운송비를 내며 상자를 꽉꽉 채웁니다.

본국의 높은 실업률로 적당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이들은 외국에 나와 이렇게 가족을 부양하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가족을 향한 짙은 그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조빌린 에스라모스/가사노동자] "힘들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항상 희생하는 거죠.>"

이들이 주로 휴일을 보내는 곳은 공원과 길거리.

휴일에 나와도 딱히 갈 곳이 없다 보니 함께 바닥에 상자를 깔고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일요일마다 이곳 센트럴역 근처에는 수천 명의 가사노동자들이 모입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쉴 수 있는 건 일주일에 단 하루.

나머지 시간은 고용자의 가정에 상주하며 사실상 하루 종일 가사와 육아를 담당합니다.

퇴근이 없다 보니 10명 중 7명은 하루에 11시간 이상, 5명 중 1명은 16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로사 베르가나/가사노동자] "새벽 6시에 시작해서 밤 11시에 끝났어요. 밥 먹을 때만 쉴 수 있었어요. 밥을 15분 안에 먹었어야 했어요, 모든 식사를. 아침, 점심, 저녁까지도"

과로에 시달리다 보니 부상도 잦습니다.

[로사 베르가나/가사노동자] "아침에 저는 속옷, 애들 교복을 손빨래 해야 했어요. <세탁기 있어요?> 있어요."

필리핀에서 온 메리제이 씨는 노인 간병까지 떠안다 척추를 다쳐 보조기 없이 생활할 수 없게 됐지만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메리제이 살바디코/가사노동자] (할머니가 저에게] '당신은 친구'라고 해서 떠날 수 없었어요. 제 몸이 아파도. 저는 떠날 수가 없었어요."

지난달에는 한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일하던 고층 아파트 안에서 창문을 닦다가 추락해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젝 세르나데/필리핀 가사노조위원장] "가사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무서워해요. 그래서 항상 그들이 (고용자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예요."

일부는 폭행이나 성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사 베르가나/가사노동자] "<어디를 때렸어요?> 제 얼굴이요. 주먹으로 제 얼굴 일부를 때렸어요."

홍콩 정부는 가사노동자의 임금과 노동 조건에 대한 조례를 만들고, 무료상담도 제공하고 있지만, 인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문화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우리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검증, 남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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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정 기자(hj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9858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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