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참모 배치한 ‘차관 정치’, 장관은 허수아비 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고검장을 내정했다. 차관급 인사는 19개 정부 부처 중 12명을 대폭 물갈이하고, 그 가운데 5명을 대통령실 현직 비서관으로 채웠다. 장관 인사를 최소화하고 대통령 참모를 대거 차관에 전진배치한 첫 개각을 단행한 것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아 대통령의 부처 장악력을 높이는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첫 개각에서는 ‘차관정치’의 시동을 걸고,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실세 차관들로 하방한 게 특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명에 그친 장관급 인사에 대해 “분위기 쇄신이 아닌 필요할 때마다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인사로 드러나고, 부처 장관들이 추진력을 갖고 정책 성과를 내면서 실현된다. 그런데도 장관보다 차관을 인사·소통의 중심으로 삼은 것은 윤 대통령이 공언한 분권형 장관책임제를 취임 1년 만에 스스로 폐기하는 꼴이 된다. 정책이나 리더십 평가가 낮은 장관들이 실재했음에도, 인사청문회 부담을 피해 소폭 개각에 그친 것은 무책임하다. 자칫 내각의 활력을 떨어뜨려 국정추진 동력을 잃고 정치 불신만 가중시킬 수 있다.
대통령실 참모 5명을 주요 부처 차관에 임명한 것도 ‘실세 차관’ 시대를 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뤄진 인사를 합하면 7개 부처 차관에 대통령 비서관이 가게 된다. 김오진 관리비서관을 관련 경력이 없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지명한 것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내정된 극우 유튜버 김채환씨는 2021년 8월 당시 선제적 방역완화 방안으로 군에 마스크 벗기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군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해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유튜브에서 온갖 막말을 쏟아낸 인사에게 100만 공무원 교육을 맡기기로 했다니 참담하고 개탄스럽다.
통상 첫 개각은 내각을 재정비해 쇄신 의지를 끌어올리고, 임기 중반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점에 비춰보면 이번에 중용된 인사들은 ‘우경화·시장화·반노동’이라는 기존 국정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데 그쳤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선배 검사인 김 전 고검장의 권익위원장 내정도 ‘검찰국가’ 시비를 재연시켰다. 지지율 30%대에 머문 대통령의 국정과 인사를 그대로 밀고가겠다는 태도라 실망스럽다. 대통령실은 장관 인사를 추가로 하겠다고 밝혔다. 첫 개각의 평가와 성패는 방송통신위원장 유력 후보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의 내정 철회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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