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부 수장에 ‘김정은 타도’ ‘핵 무장’ 발언자 맞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차기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김정은 타도’와 ‘북한 체제 파괴’를 주장하는 강경 보수파다.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끌어야 할 통일부 수장에 이런 극단적 인사를 앉히겠다니 남북관계 개선은 포기한 것인가.
김 내정자는 2011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매체 기고와 인터뷰,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대북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타도돼야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린다” “북핵 문제 해결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등 북한 붕괴론을 주장했다. 또 “진보세력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눈을 감는 건 일종의 정신분열”이라 했고,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대북관은 냉전시대 반공 논리 수준이다. 국제정치학자가 북한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공적 임무를 맡아선 안 된다. 통일에 대한 소명 의식과 균형적 사고 능력이 없는 북한 붕괴론자가 통일부를 이끄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차관에 정통 외교 관료인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내정했다. 통일부 장차관을 외부 인사로 동시 교체해 통일부 위상·역할·업무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메시지다. ‘대사 차관’도 남북관계를 한반도라는 특수성이 아니라 국제적 시각에서 다루려는 뜻이 엿보인다. 실제 북한인권 문제가 향후 핵심 업무가 될 것이라고 한다. 통일부 출신 백태현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북한인권 전문가인 김수경 한신대 교수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통일부의 제1 업무는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관계개선이어야 한다. 이를 도외시하고 대북 압박에 치중하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통일부 전면 개조 시도는 이명박 정부를 연상케 한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를 없애 외교부 안으로 넣으려다 여론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북 초강경론자인 남주홍씨를 내정했다가 낙마하자, 김하중 주중대사를 임명했다. ‘김하중 통일부’는 존재감을 상실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헌법정신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달라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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