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손보험’ 5400만원 타먹은 중국인…“공짜로 치료받는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 ‘한국 건강보험과 민영보험 빼먹는 법’이라는 내용의 ‘꼼수’가 마치 비법처럼 공유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일부 외국인 환자들이 기존 병력을 숨기고 보험금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병의원과 보험 모집인들이 “한국에 오면 공짜로 치료받을 수 있다”면서 보험 사기를 부추긴 정황도 포착됐다.
29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 실손 보험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상위 30명은 작년 한해동안 적게는 1200만원에서 많게는 5400만원의 보험금을 치료비 명목으로 수령했다. 대부분 암과 뇌질환을 비롯한 중증 질환을 진단받은 사례인데 70% 이상이 중국 국적이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중국 국적자가 많은데다, 이들의 보험 가입률이 높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실손보험 고객 중 70% 이상이 중국인이다. 주요 손보사 한 곳당 외국인 실손 계약은 수만 건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요 손보사 5곳을 합치면 30만건이 넘고, 이 중 20만건 이상이 중국인 계약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가입해준 단체 실손보험이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암보험 등 중증질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악의적으로 ‘고지의무’를 위반하고 보험금을 빼먹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실손이나 암보험에 가입한 뒤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받았다면 국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특성상 과거 의무기록이나 진료내역을 추적하기 어렵다보니 작정하고 숨기면 보험사가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 보험사가 적발한 보험사기 사례를 보면, D씨는 지난 2018년 중국 거주 당시 방광암을 진단받고 2019년 12월 한국에 들어왔다. 보험에 가입한 그는 다시 국내 의료기관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아 진단비로 1000만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중국인 E씨는 동일 수법으로 뇌경색 진단을 받아 2000만원을 청구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한 중국인은 치아 16개를 크라운 치료했다면서 640만원을 청구했는데, 조사결과 10년전 중국에서 치료받은 것을 단순히 교체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실상 전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만년적자’ 상품이다. 평균 손해율이 130%가 넘고, 매년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직 외국인 국적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최고 한국 의료 시스템으로 치료받고 보험금까지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일부 병의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다면서 ‘무료진료’를 가장한 보험사기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미 진단받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을 제대로 고지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외국인 보험 계약이 몇 만건으로 많지 않은 데다, 중국 국적자를 제외하면 손해율도 평균보다 낮은 편이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늘고 있고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 청구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24만5912명으로 전년보다 14.8% 늘었다. 최근 5년(2018~2022년) 체류 외국인 중 37.8%인 85만명이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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