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다가 노랑·검정 피부색 바뀌는 문어…이유는 ‘꿈’ 때문?

정채빈 기자 2023. 6.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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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하이디'가 수조에 가만히 붙어 있는 도중 색을 바꾸고 있다./Nature on PBS 유튜브

3년 전 ‘하이디’라는 이름을 가진 문어가 가만히 수조에 붙어 있는 도중 색을 바꾸는 모습이 포착돼 네티즌들 사이 화제가 됐다. 하이디는 잠을 자는 듯 한 곳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흰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색을 바꾸는가 하면 얼룩무늬로 변하고, 몸을 수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등 소속 연구팀은 문어가 척추동물만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렘수면을 겪고, 꿈도 꾸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Nature on PBS 유튜브

2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먼저 문어가 실제로 잠을 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야행성인 라케우스종 문어 29마리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물리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활동 상태와 수면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고 한다. 한 예로 문어는 수면 상태일 때 고무 망치로 수조를 두드려 자극을 줬을 경우 활동 상태일 때보다 더 큰 자극을 줘야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연구팀은 문어가 ‘조용한 수면’과 ‘활동적 수면’ 등 수면 중 2개 단계를 겪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문어는 깊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피부색을 바꾸고 눈과 다리를 움직이며 호흡이 빨라지는 등 활동적 수면 상태를 겪은 뒤 다시 조용한 수면에 든다. 문어의 활동적 수면은 약 1분간 지속됐으며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반복됐다고 한다.

문어의 활동적 수면은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이 렘수면 상태에서 보이는 행동과 비슷하다. 렘수면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파가 깨어 있는 수면 형태를 의미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1시간 30분 간격으로 렘수면 상태가 되며 이때 꿈을 꾸고 신체 일부를 움직인다.

아울러 연구진은 문어의 뇌 활동을 분석해 문어가 조용한 수면 상태일 때 인간이 깊은 잠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뇌파인 ‘수면 방추(sleep spindle)’와 유사한 신경 활동이 관측됐다고도 밝혔다. 수면 방추는 인간이 자는 동안 정보를 재조합해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파다.

해당 연구의 수석 저자 샘 레이터 교수는 “문어가 깨어 있을 때 보이는 특정 피부 패턴은 사냥, 사회적 활동, 위협 표시, 위장 등 상황과 관련 있다”며 “우리는 이 같은 패턴이 활동적 수면 상태에서 다시 나타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문어가 활동적 수면 상태에 있을 때 피부색 등을 바꾼다고 해서 이들이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문어가 위장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잠자면서도 피부색을 바꾸는 연습을 하거나, 색소 세포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터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러한 설명 중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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